[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7일의 왕비'를 끝낸 고보결은 의외로 밝고 명랑한 모습이었다.
'7일의 왕비'라는 작품 자체가 워낙 감정선의 깊이가 깊은 무거운 드라마인데다 유례없는 무더위 속에 촬영 강행군을 이어갔던 만큼, 지쳐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전작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의 김윤아나 '7일의 왕비'의 윤명혜 모두 똑 부러지는 냉미녀 캐릭터였던 탓에 차가운 도시여자 이미지도 있었지만, 그것과도 전혀 다른 명랑한 배우였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비타민 매력을 쏟아내는 고보결에게 '7일의 왕비'를 끝낸 소감을 들어봤다.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다. 날씨도 많이 덥기도 하고 장마철이라 습하기도 했다. 다들 프라이드가 있었다. 날씨와의 전쟁이 유독 심했던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배우진 스태프 감독님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좋은 드라마 만들겠다는 일념, 열정이 강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알아주신건지 시청률이 아쉬웠는데도 끝까지 봐주신 분들은 열성적이었다.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뿌듯했다. 팬분들 덕분에 무사히 마친 게 아닌가 싶다. 다 같이 만들어가는 좋은 드라마였던 것 같아서 의미가 깊다."
데뷔작인 단편 영화 '거북이들'부터 '천상여자' '실종느와르 M' '프로듀사' '디어 마이 프렌즈'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도깨비'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고보결에게 있어 사극은 '7일의 왕비'가 처음이었다. 사극 장르는 현대극과 말투부터 의상, 동작까지 모든 게 다르기 때문에 첫 입문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장르다. 더욱이 '7일의 왕비'는 베테랑들도 꺼린다는 한여름 사극인 만큼, 사극 신생아 고보결도 힘든 경험이 됐을 법 하다. 하지만 고보결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득 풀어냈다.
"폭염주의보에 한복을 겹겹이 껴입고 야외 촬영을 하니까 '이게 사극이구나' 싶었다. 나중에는 해탈의 경지에 달했다. 감독님이 디테일에도 엄청 신경쓰시고 카메라 각도도 플랫한 것보다는 다양하고 재밌고 가장 풍성하게 보일 수 있게 하셨다. 마음을 비워두고 오롯이 감독님만 믿고 따라가면 됐다. 감동적인 순간이 많았다. 분장팀 감독님이 100명 엑스트라 분장을 해주셨다 비가 와서 한 신도 못 찍고 다시 분장을 풀어주신 적이 있다. 너무 지쳐보이셔서 '몇 주만 버티면 된다'고 했더니 '이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게 더 좋지 버틴다는 말은 싫다'고 하시는 걸 보고 프로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스태프와 함께하고 있구나' 하는 감동과 힘을 받았다. 그래서 버팀목이 된 것 같다."
첫 사극이었지만 고보결은 1%의 어색함도 없이 작품에 녹아들었다. 수차례 분장을 감행하며 역을 위해 뛰는 강단있는 여성상을 보여주기도 했고, 때로는 짝사랑의 아픔에 마음앓이 하는 여자의 순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종횡무진 펼쳐지는 활약은 그가 정말 사극 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보결은 "사극을 워낙 좋아하고 해보고 싶었다. 혼자 사극 드라마를 보며 따라해보기도 하고 그랬었다. 가장 큰 도움은 선배님들이 주셨다. 많이 배려해주시고 많이 맞춰주셔서 내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모든 공을 다른 배우들에게 돌렸다.
"연우진 오빠는 느낌 가는대로 하라고 해주셨다. '어떻게 하든 다 받아줄게'라는 뜻이니까 그런 배려심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젠틀하고 친근하셨다. 봉희 오빠 이름처럼 친근하고 다정하셨다. 정말 좋았다. 허례허식이 전혀 없고 솔직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 같은 매력이 있더라. 어딜 가든 친근하고 융화를 잘 하시더라. (박)민영 언니는 정말 많이 챙겨줬다. 붙는 신은 많지 않아서 그게 아쉬웠다. 언니랑 많이 붙었다면 그 호흡이 재밌었을텐데 몇번 없어서 그게 아쉬웠다. 그 외에 언니가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체리도 주시고 그러면서 따뜻하게 잠은 잤냐고 해주셨다. 다들 성격이 너무 좋다. 민영언니는 여리여리해 보이지만 보기와 다르게 강단이 있고 프로페셔널함이 있어서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동건 선배님은 20부작을 다 참여하셨다. 선배님도 '20부작이 보통일은 아니네요' 하셨다. 이번에 수염을 붙이셔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서 7kg가 빠지셨다고 하더라. 융 오빠와도 많이 만나진 않았는데 만나는 신마다 힘이 있어서 좋았다. 명장면 느낌의 신들이 있어서 특히 좋았다."
'7일의 왕비'는 모든 캐릭터가 짠한, 극한 염전 드라마였다. 그중에서도 안타까움 종합세트를 선물한 건 바로 윤명혜 캐릭터였다. 윤명혜는 훈구대신 박원종(박원상)의 조카이자 대명상단의 숨겨진 주인으로 막대한 부와 정보력을 가진 인물이다. 죽어가는 이역(연우진)을 살려내고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치지만, 결국 이역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중전 자리에 오르는 모습 또한 보여주지 못했다.
"명혜의 방식이 세긴 했다. 역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명혜 입장에서는 많이 서운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채경(박민영)이가 질투나기도 했다. 역 오빠가 채경이 때문에 반정을 포기하려고 할 때는 정말 미웠다. 명혜가 너무 불쌍했다. 실제로도 우울감을 많이 느꼈다. 모든 인생을 걸었는데 그게 사라졌을 때의 허망함을 느꼈다. 슛 들어가지 않을 때도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다. 억지로 떨쳐버리려고 하지 않고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버티기는 힘들지만 명혜가 가졌을 만한 감정이니까 이 감정을 연기에 녹여내자고 생각했다.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풍성한 캐릭터가 된 것 같은 점은 좋았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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