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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웃찾사' 영광의 시절을 함께했던 주역들이 소신있게 입을 열었다.
'웃찾사'의 레전드인 정선희는 방송 스케줄 중임에도 의견을 건넸다. 그는 18일 스포츠조선에 "'선배들이 부족함이 있어 이런 일이 벌어지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더 많이 챙겨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선희는 이어 "어떻게든 폐지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시청률을 떠나서 코미디 프로그램은 '뿌리'와 같은것 아닌가. '무대'가 있다는 것은 개그맨이나 방송인에게 상상보다 큰 힘이 된다. 예능과 라디오 등 모든 방송의 '고향'과 같은 곳이며 '비빌 언덕'이기도 하다. 현재 출연중인 후배들을 물론 선배들에게도 매우 큰 상징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웃찾사' 후배들은 돈이 아닌 열정 하나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의기소침한 분위기가 오래갈까봐 걱정이다"라며 "'웃찾사'는 시간대도 너무 자주 바뀌었다. 틀을 바꾸면 소속된 개그맨들은 매우 힘이든다. 꾸준하고 한결같이 '같은 시간대'에 만나야 교감이 생기고 패턴이 생길텐데,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선희는 마지막으로 "아마도 후배들은 이런 어려움도 자기 웃음의 '콘텐츠'로 사용할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국민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걸출한 아이들이 설 곳을 잃는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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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러나 이제 힘을 가진자들도 자유롭게 개그소재로 다룰 수 있는 시절이 왔다 싶어 나름 들떠 있었는데 터전이 없어진다하니 마음이 더 아플 수 밖에 없네요"라며 "웃찾사가 기약없는 중단사태를 맞은 건 어찌됐건 화면에 드러나는 우리들이 책임을 뒤집어 쓰는 것이 맞습니다만 분명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기회가 빨리 오기를 바라고 저보다 훨씬 힘들 후배들도 할 수 있다면 참고 버텨보라는 힘 없는 선배의 바람을 가져봅니다. 하지만 버티지못하고 꿈을 접는 후배가 많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코미디언이라 힘이 없어 참고 버티라는 이야기조차 하지 못하는 제 처지도 초라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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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범에 앞서 역시 '웃찾사'의 레전드이자 MC를 맡고 있는 정찬우도 소신을 전했다. 그는 스포츠조선에 "한마디로 '웃음의 논과 밭'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개그맨의 한 사람으로서 속상하고, 선배로서 '갈 길이 없어진' 수많은 후배들에 대해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웃음은 누가 책임질까. 코미디는 예능의 기반이자 요람이다. 유재석과 같은 MC들도 모두 코미디 출신"이라며 "논과 밭을 잘 일구어서 국민에게 웃음을 드릴 인재를 배출해야 하는데, '웃찾사'가 폐지되면 인스턴트 웃음만 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그맨들이 말하는 공개코미디의 존재 이유는 '국민 봉사'다. 이익을 추구하는 방송사인만큼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희노애락'을 담고 보도와 교양, 스포츠와 예능, 드라마를 송출하는 종합 방송사라면 코미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 한 개그맨은 "음악방송은 시청률이 1%가 나오지만 모든 방송국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웃음을 주어야 하는 의무와 사명감이 상업적 논리를 상회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공채 가수'는 없어도 '공채 개그맨' 제도를 만들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개그맨은 시청률에 대해서도 한마디 건넸다. 그는 "'웃찾사' 12년동안 16번의 시간대 변경을 겪었다. 한 인기 드마라 작가가 ('웃찾사' 시간대인 'X요일 X시 시간대를 달라'고 말하면 그 다음주에 곧바로 '웃찾사'의 시간대가 바뀌기도 했다"며 "맛집도 16번 이사를 가면 단골손님은 발길을 돌린다. 'X요일 = '웃찾사'하는 날'이라는 공식을 마련해야 하는데, 철새처럼 이사를 다녔다"고 말했다.
ssale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