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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슬비 "'아제모' 김재원 24시간 살인미소 실화, 심쿵했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5-13 11:27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반전 매력의 소유자, 배우 이슬비를 만났다.

이슬비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이하 아제모)'에서 방미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아제모'는 4남매를 출가시키고 이제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던 부부에게 어느 날 4남매가 집으로 동시 유턴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슬비가 맡은 방미주는 FGC 그룹의 유일한 상속녀이자 스타케이 콘텐츠의 상무다. 하지만 방미주는 전형적인 재벌 2세와는 조금 맥이 다른 캐릭터다. 재벌 상속녀라고는 하지만 줄리어드 음대 졸업생이 사업을 한다는 편견 속에 고군분투 해야 했고 잘난 출신 배경 때문에 진심까지 폄하됐다. 오랜 세월 사랑하며 결혼을 꿈꿨던 남자 한성준(이태환)은 심지어 오동희(박은빈)를 선택하며 방미주를 버렸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금수저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심적 결핍의 아이콘이 바로 방미주인 셈이다. 그래서 방미주의 거듭된 악행과 표독스러움에도 일종의 짠내가 묻어났던 게 사실이다.

"작가님께서 흔한 재벌집 악녀를 원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캐릭터를 잡을 때 선배님들과 작가님께 조언을 많이 구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김혜옥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리딩 때 옆자리였는데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안 가시고 가르쳐주셨다. 또 작가님도 많이 알려주셨다. 집필실로 찾아가기도 하고 녹음을 해서 파일을 보내드리기도 했다. 그런 게 많이 도움이 됐다."


2010년 '산부인과'를 시작으로 '폭풍의 연인' '공주의 남자' '각시탈' '유리가면' '대왕의 꿈' '최고다 이순신' '마녀의 연애' '마녀의 성' 등 크고 작은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방미주와 같은 악역을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많은 작품들을 모니터링하며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가만히 있을 때는 차가워 보이는 인상인데 자신감도 없고 생갭다 쑥스러움도 많다. 또 푼수같고 털털한 성격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번 대본을 받으면 내가 지금 맞게 연기하고 있는건지 항상 물음표였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잠을 못 잤다. 동생, 회사 식구들한테 틈만 나면 대본을 맞춰달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했던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중반까지는 잠도 안 잤다.처음 작가님은 조민수 선배님의 젊은 시절을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똑같은 캐릭터는 따라하게 될 것 같아서 맥락이 비슷한 캐릭터를 찾고 싶었다. 원래 이요원 선배님의 연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불야성'의 연기를 많이 봤다. 그래도 자신감이 너무 떨어져 있었는데 끝날 때쯤 성준이에게 완전히 외면 당한 뒤에는 '어차피 미주는 나밖에 못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방미주의 악랄함은 갈수록 심해졌다. 유산이 전부 오동희에게 간다는 걸 안 뒤에는 할머니의 유폐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고 한성준의 사랑을 차지하고자 오동희를 압박한다. 그러다 방광진(고인범)이 체포되자 오동희에게 매달리며 시청자를 뒷목 잡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공감이 간다. 한순간에 모든 걸 잃었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것 아닌가. 과연 방미주의 행동이 가식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긴 했는데 내가 본 미주라면 진심이었을 것 같다. 마지막에 아빠가 구치소에 있었을 땐 정말 서럽게 눈물이 났다. 아빠가 '아직 슛 안 들어갔는데 벌써 울면 어떻게 하냐'고 하실 정도로 서럽게 눈물이 쏟아지더라."


비록 드라마에서는 어마어마한 악녀 역할이었지만 실제로 만난 이슬비는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듬뿍 묻어났다. 미모도 미모이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나는 애교와 조금은 사차원인 듯한 발상 또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2년 째 함께 하고 있는 반려견을 누구보다 아끼는 정 많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런 성격 덕분인지 촬영장에서도 캐릭터와 달리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냈다.


"(신)동미 언니는 전작을 같이 해서 내가 느끼는 부담감을 많이 이해해주고 격려해줬다. 김선영 선배님도 응원해주셨다. (이)수경 언니는 따로 밥도 사주시며 격려해주셨다. 특히 동미 언니와 수경 언니는 나랑 정말 비슷하다. 통화도 자주 하고 언니들과 이승준 황동주 김재원 김선영 선배님, (박)은빈이 (이)태환이와 함께 한 달에 한 두번씩 만나는 계를 하자고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들에 대한 애정도 넘쳐난다. 앙숙 관계였던 박은빈에 대해서는 '성숙한 친구'라고 말한다. "오동희가 누구일지 궁금했는데 은빈이가 당차게 잘 하더라. 원래 성격도 똘똘하고 다부지고 당찬 것 같다. 내가 언니인데 더 성숙한 것 같고 내가 철이 없나 싶을 때도 있었다. 단체 메신저에서 내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걸 보고 은빈이가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차갑고 깍쟁이처럼 보였는데 사오정 소리 음성 메시지도 남기고 하니까 놀랐다고 하더라"라는 설명이다.

'살인미소'의 원조 김재원에 대해서는 '심쿵남'이라고 말했다. "정말 좋아해서 '로망스' '술의 나라' '라이벌' 등 선배님의 출연작을 다 봤었다. 최근에 같이 작품 하면서도 남궁민 선배님 인터뷰를 보고 '내 마음이 들리니'를 다시 찾아봤다. 어쩌면 이렇게 그대로인지 깜짝 놀랐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며 사람들을 굉장히 잘 챙기시고 항상 365일 24시간 내내 웃고 계신다. 정말 '심쿵'했다."


다만 이태환에 대해서는 일말의 서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은 딱딱해진 그의 대처법에 알게 모르게 서운할 때도 있었다고. "태환이가 몰입을 너무 했나보더라. 처음엔 안 그랬는데 나중에는 정말 인사만 하고 은빈이랑 꽁냥꽁냥 하더라. 그때 조금 서운하더라. 사실 다음 작품에는 업그레이드된 악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마지막에 은빈이랑 태환이랑 결혼하는 걸 보고 꽁냥꽁냥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고 마음이 바뀌었다."

이슬비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물색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콘셉트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며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생각이다. "선배님들처럼 그릇이 크면 넘치지 않게 조절하며 다 담을 수 있는데 나는 아직 그릇이 작아서 그때 그때 비우고 채워야 한다. 그래서 큰 그릇이 될 수 있는, 오래 롱런할 수 있는, 도화지보다는 물감 같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인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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