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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소이(본명 김소연, 37)가 앞으로 연기 방향을 일깨워준 할리우드 진출 일화를 밝혔다.
연기뿐만이 아니었다. 외교관이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홍콩, 영국, 미국, 대만을 오가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덕분에 한국어를 비롯한 영어, 중국어 3개국어를 마스터한 수재인 김소이는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MC는 물론 예능, 연출, 인디 밴드 라즈베리필드의 보컬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아무도 몰라' '꿈, 틀' 등 두 편의 에세이를 집필하며 작가로서도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 중인 김소이. 그가 '프랑스 영화처럼' 이후 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눈길을 끈다. 이번 작품에서 김소이는 치과 의사이자 다정한 남편 수남(박성일)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평범한 여자로 보이지만 실상은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며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주용(이가섭)의 누나 주아 역을 맡았다. 벗어나라는 동생의 만류에도 쉽사리 남편의 폭력에 벗어나지 못하는, 폭력이라는 불행 속에 사는 여자를 완벽히 소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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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씨앗'은 배우 김소이에게 많은 메시지, 영감, 경험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그는 "영화 후반부 주아가 주용의 뺨을 때리면서 다투는 장면이 있는데 그 한 신을 무려 34회 테이크까지 갔다. 상대 배우인 이가섭의 뺨이 나중에 빨갛게 부을 정도였다. 대게 아무리 NG가 나도 20회쯤에 마무리를 짓는데 그 장면은 모든 배우, 스태프가 영혼을 붙잡아 가며 끝까지 버텨 만든 장면이다. 배우가 연기하면서 쏟아내는 에너지를 얼마나 고르게 분배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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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프랑스 영화처럼' 개봉을 한 뒤 연기를 더 배우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한국 현장에서도 배우는 게 많지만 영화의 도시인 할리우드에서 한 번쯤 연기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가족, 매니저 없이 혼자서 미국으로 떠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먼 타지에서 혈혈단신 3개월간 살았는데 너무 귀한 경험이었다. 3개월간 LA에 머물면서 연기 학원에 등록해 배웠고 틈틈이 오디션을 도전했는데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미국은 일단 배우가 너무 많았다. LA의 절반이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상당했다. 오디션을 보고 난 뒤 좌절했고 또 절망했다. 매일 한계에 부딪혔고 그런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왔다. 오디션을 보고 돌아오는 길 마트에서 가장 저렴한 스시를 사 먹으면서 매일 울었다. 그때마다 친구들이 '쉽게 될 줄 알았어?' '더 열심히 해야 해'라며 다독여줬다. 그렇게 3개월을 버텼고 다시 돌아온 뒤 연기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은 확연히 달라졌다"고 웃었다.
이어 "할리우드 프로젝트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무래도 거리적인 한계가 있어서 쉽지 않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할리우드 제작진은 미국 시민권을 얻어 미국에서 제대로 꿈을 펼치라고 하지만 아직은 한국 배우 타이틀을 달고 미국 무대에 서고 싶다"며 "작품은 배우에게 운명인 것 같다. 정말 운명의 남자친구, 남편을 만나는 것처럼 꼭 맞는 작품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고 다짐했다.
한편, '폭력의 씨앗'은 군 폭력을 당해오던 주인공이 분대원들과 외박을 나와 일어나는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이가섭, 박성일, 김소이가 가세했고 '조난자들' 연출부 출신 임태규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오는 27일부터 내달 6일까지 전주영화의거리에서 열리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한 '폭력의 씨앗'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 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DN Brot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