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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나만 봐. 나 좀 좋아해줘. 나랑 있어 오늘!"
안민혁은 처음 박보영에게 반한 이래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왔다. 극초반 애써 아닌 척 하는 '츤데레(새침데기)'의 모습은 잠시, 확신이 선 뒤론 도봉순을 향한 일직선 사랑을 이어왔다.
급기야 안민혁은 도봉순에게 "널 좋아하는 것 같다"며 돌직구 고백까지 건넸다. 도봉순이 "이런 고백 처음 받아본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 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 발짝 물러났지만, 안민혁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그는 "시간 많이 못준다. 빨리 (마음)정리하고 나만 봐"라는 저돌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도봉순은 인국두(지수)를 떠올리며 망설였지만, 이미 마음은 안민혁에게 넘어간지 오래였다.
반면 인국두는 납치범 김장현(장미관)의 갑작스런 출몰로 인해 도봉순을 향한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버렸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도봉순을 불러냈지만, 김장현을 쫓아가야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도봉순은 안민혁과 인국두, 두 사람을 모두 일단 밀어냈다.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영화 데이트를 거절한 것. 하지만 바람맞은 도봉순의 앞에 나타난 안민혁은 "별로인 남자한테 바람 맞았는데 더 멋있는 남자가 나타났다"며 도봉순의 심장 한복판을 저격했다. 도봉순의 마지막 망설임은 뒤이은 "나 좀 좋아해줘. 나랑 있어 오늘"이라는 일직선 고백, 그리고 격한 포옹 앞에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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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국두는 끝까지 소심했다. 뒤늦게 억지로 도봉순을 만난 인국두의 고백은 너무나 진부한 '내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로 시작됐다. 덕분에 도봉순은 수많은 남자들의 가슴을 울려온 "너는 나의 든든한 친구야. 소중한 친구 잃고 싶지 않아"라는 말로 인국두의 마음을 잘라냈다. 인국두는 선물을 꺼내지도 못했다.
원한다면 도봉순과 하루종일 붙어있을 수 있는 안민혁과 그렇지 못한 인국두의 경쟁은 시작부터 불공평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인국두에겐 평생동안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만남도, 엇갈림도 거듭되면 인연이다. 그리고 이젠 너무 늦어버렸다.
영화 '중경삼림(1994)'의 금성무는 만우절에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라고 탄식한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청춘도 변했다. 도봉순은 친구 나경심(박보미)에게 "짝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는 것 같다"며 길었던 외사랑을 사진첩 속 추억으로 떠나보냈다. 붉어진 눈시울은 자신의 지난 27년을 향한 인사일 뿐, 인국두를 향한 미련은 없었다.
안민혁은 도봉순과의 '1일'부터 공개 연애에 돌입, 짝사랑 뿐만 아니라 연애 스타일 또한 상남자임을 입증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도봉순과 당당히 손을 잡았고, 다정하게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회사 밖에서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우리 회사에"라고 선언했다. 동료들의 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인은 이렇게 용기 있는 자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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