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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드라마가 악인에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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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서 엄기준이 연기하는 차민호는 필요에 의해 악인이 된 경우다.
살인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형 차선호를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려 하지만 사인을 잘못하거나 전화 통화를 들키는 등 허술한 행동으로 매번 정체를 들킨다. 정체를 감추기 위해 그가 내놓은 답은 오직 하나. 폭력 뿐이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고, 그 죽음 앞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은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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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의 서율(준호)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고통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냉혈한의 면모를 지녔다.
그럼에도 서율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건 그 차디찬 가면 뒤에 숨겨진 일말의 인간성 때문일 것이다. 서율은 카리스마와 함께 허당기를 드러낸다. 장부 기록을 빼돌리려다 김성룡(남궁민)에게 들키자 "원래 주려고 했다"며 큰소리 치고, 김성룡이 전쟁을 선언하니 "십노잼이었다"며 받아치는 코믹한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는 모든 스트레스를 화끈한 먹방으로 풀어버린다. 이에 김성룡으로부터 '먹보 소시오패스'라는 뜻의 '먹소괴물'이란 별명을 얻기도. 그런가하면 윤하경(남상미)과의 만남에서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질투심을 느꼈다 토라지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윤하경을 찾아 야구 연습장을 기웃거리기도 하는 전형적인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타입임을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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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관계자는 "연기돌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준호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대본 연구는 물론 애드리브까지 철저하게 준비해 올만큼 열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역시 "처음 서율 역은 정말 악역이었다. 그래서 조금 가볍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던 게 사실이지만 다행히 캐릭터의 중심을 잘 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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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의 모태구는 모태 살인마다.
심춘옥(이용녀)의 입을 찢고 시신을 장농 안에 매달고 남상태(김뢰하)의 위치를 신고한 판타지아 장마담(윤지민)의 안구를 적출하는 등 엽기적 살인 행각을 즐긴다. 그리고 그 옆에 성경 구절을 적어놓는 것이 모태구의 시그니처다. 그것도 모자라 흉기에 붙은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수집하고 콜렉션을 다듬으며 모차르트 레퀴엠 중 '눈물의 날'을 듣는 변태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을 처형자로 여기는 등 우월의식에 젖어 잔인한 행동을 보인다는 점, 타인의 고통에서 쾌감을 얻고 단순 재미를 위해 피해자를 학대한다는 점에서 미뤄보면 일종의 새디스트라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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