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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엄기준→준호→김재욱, 안방 얼린 '악인 삼총사'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3-07 15:5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드라마가 악인에게 빠졌다.

선과 악의 대치 구도는 드라마의 전형적인 포맷이다. 악역의 존재는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한편 선한 주인공 일가의 정의감을 더욱 빛나보이도록 하고, 그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즉 악역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때 드라마는 좀더 손쉽게 개연성과 설득력을 갖게된다. 최근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들도 이러한 악역의 활약에 힘입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SBS 월화극 '피고인'의 엄기준, KBS2 수목극 '김과장'의 준호(2PM), OCN 주말극 '보이스'의 김재욱이 그 주인공이다.


엄기준, 폭주하는 악행열차

'피고인'에서 엄기준이 연기하는 차민호는 필요에 의해 악인이 된 경우다.

살인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형 차선호를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려 하지만 사인을 잘못하거나 전화 통화를 들키는 등 허술한 행동으로 매번 정체를 들킨다. 정체를 감추기 위해 그가 내놓은 답은 오직 하나. 폭력 뿐이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고, 그 죽음 앞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은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런 차민호의 섬뜩함이 빛을 발할 때는 역시 박정우(지성)와 마주했을 때다. 가족을 죽인 누명을 씌워 박정우를 교도소로 보낸 것도 모자라 그가 기억을 되찾았을까 우려해 스스로 교도소에 들어가기도 하고 아내와 딸의 존재를 들먹이며 정신적 고문을 가하기도 했다. 6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 박정우 딸 하연(신린아)를 납치한 그는 "네 딸 찾는 시합 내가 이겼다"며 도발했다.


'피고인'은 다소 지지부진한 전개로 '고구마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은 상황. 그럼에도 여전히 시청률 1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이러한 엄기준의 존재감 덕분이다. 엄기준은 자존감 낮고 자존심은 센, 자아확립이 덜 된 어린아이와 같은 사이코패스의 폭력성을 소름끼치게 표현해내고 있다. 사람의 생사가 걸린 사건조차 게임으로 칭하며 환하게 웃는 연기는 엄기준이 아니었다면 보여줄 수 없었던 명장면이다. 이러한 엄기준의 악행록은 지성의 반격을 응원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어주며 '피고인'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준호, 참을 수 없는 귀여움


'김과장'의 서율(준호)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고통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냉혈한의 면모를 지녔다.

그럼에도 서율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건 그 차디찬 가면 뒤에 숨겨진 일말의 인간성 때문일 것이다. 서율은 카리스마와 함께 허당기를 드러낸다. 장부 기록을 빼돌리려다 김성룡(남궁민)에게 들키자 "원래 주려고 했다"며 큰소리 치고, 김성룡이 전쟁을 선언하니 "십노잼이었다"며 받아치는 코믹한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는 모든 스트레스를 화끈한 먹방으로 풀어버린다. 이에 김성룡으로부터 '먹보 소시오패스'라는 뜻의 '먹소괴물'이란 별명을 얻기도. 그런가하면 윤하경(남상미)과의 만남에서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질투심을 느꼈다 토라지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윤하경을 찾아 야구 연습장을 기웃거리기도 하는 전형적인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타입임을 인증했다.


특히 준호는 특유의 눈웃음과 익살맞을 표정으로 코미디와 정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드라마 관계자는 "연기돌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준호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대본 연구는 물론 애드리브까지 철저하게 준비해 올만큼 열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역시 "처음 서율 역은 정말 악역이었다. 그래서 조금 가볍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던 게 사실이지만 다행히 캐릭터의 중심을 잘 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재욱, 역대급 사이코패스

'보이스'의 모태구는 모태 살인마다.

심춘옥(이용녀)의 입을 찢고 시신을 장농 안에 매달고 남상태(김뢰하)의 위치를 신고한 판타지아 장마담(윤지민)의 안구를 적출하는 등 엽기적 살인 행각을 즐긴다. 그리고 그 옆에 성경 구절을 적어놓는 것이 모태구의 시그니처다. 그것도 모자라 흉기에 붙은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수집하고 콜렉션을 다듬으며 모차르트 레퀴엠 중 '눈물의 날'을 듣는 변태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을 처형자로 여기는 등 우월의식에 젖어 잔인한 행동을 보인다는 점, 타인의 고통에서 쾌감을 얻고 단순 재미를 위해 피해자를 학대한다는 점에서 미뤄보면 일종의 새디스트라 볼 수도 있겠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비롯해 훈남 이미지 강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김재욱이기에 이러한 변신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뽑아놓은 장마담의 눈알을 발견하고 경악하는 강권주(이하나)를 훔쳐보며 키득거리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오로지 재미와 쾌감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 기계로서의 서늘한 면모를 단 한장면으로 표현해내며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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