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유난히 메디컬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각광받았던 한 해다. 가장 화제가 됐던 '태양의 후예'를 비롯, '뷰티풀 마인드', '닥터스' 등이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의료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내며 사랑을 받았다. 더불어 시청자들의 의학 상식도 풍성해졌다. 최근엔 'VIP 특혜'부터 '진단서 논란'까지, 현실의 어지러운 상황을 극중에 녹여내고 있는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화제다. 특히 '낭만닥터 김사부'의 타이틀롤 한석규는 극중 국내 유일의 '트리플 보드' 외과의사로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3가지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천재의사로 등장하는 것. 실제로 트리플 보드를 가진 의사가 있을까? '낭만닥터 김사부' 속 전문의 자격증과 관련된 궁금증에 대해 알아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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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하나의 자격증을 딴 후 곧바로 다음 자격증을 따는 것보다, 임상 경력을 쌓은 후 다른 과목에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한번 따기도 어려운 전문의 자격증을 위해 또 몇년을 고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다양하다.
두번째는 생화학, 예방의학 등 기초의학 분야에서 환자를 진찰하는 임상과로의 '전과'를 원하는 경우다. 이때는 두번째 자격증을 딴 분야의 진료를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김안과병원의 정재림 교수는 인턴 때 환자 진료에 '치이다 보니' 진단검사의학과를 택해 전문의를 땄지만, 진료에 대한 미련이 남아 안과 전문의 자격증을 또 취득한 경우다. 하지만, '더블보드'의 장점을 살려, 안과학 분야 중에서 진단검사의학과에 관련이 있는 안감염증 연구도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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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사부 같은 '트리플 보드 외과의사'는 실존할까?
현실에서는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의료계에서 '트리플 보드'로 통하는 세브란스병원 윤미진 교수는 미국 영상의학 전문의 자격증과, 한국의 영상의학과와 핵의학과 전문의 자격증 등 3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낭만닥터' 한석규처럼 '이질적인' 전문의 자격증을 세 개씩 가지기는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수련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전문의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보통 레지던트 4년의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현재 전문의 시험은 내과, 정신과, 외과, 마취과, 산부인과, 소아과, 안과 등 26개 과목이다. 보건복지부의 '전문의의 다른 전문과목 수련인정 기준'에 따르면 과별로 다른 과 전문의 자격 취득자에 대해 1년 정도 실무경험을 인정해, 필요 수련기간을 감축해주는 제도가 있다. 즉, 트리플보드를 최단 기간에 취득한다고 해도 의과대학 6년, 인턴 1년, 전문의 3개 10년(두번째와 세번째 수련기간을 1년씩 단축받는 경우)에 김사부처럼 남자인 경우 군의관 3년을 더하면 꼬박 20년을 공부와 수련으로 보내야 한다. 게다가,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에도 김사부처럼 수술을 능수능란하게 하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극중 낭만닥터가 아닌 현실의 의사가 김사부처럼 '트리플 보드'를 따고 세 진료과목의 여러 수술을 완숙하게 해내려면 3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