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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소담 "힘들고 지쳤던 1년...트로피로 다시 힘냈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12-17 13:3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여우조연상, 이 다섯 글자가 굉장히 무겁게 느껴져요." 데뷔 3년 차, 배우 박소담(25)의 뭉클한 수상 소감이었다. 내로라한 선배들을 뚫고 무대에 오른 '괴물 신예' 박소담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누림과 동시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부담감을 가져야만 했다. 그렇게 진짜 어른이, 진짜 배우가 된 박소담이다.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뛰어든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 영화사 집 제작). 충무로 명배우 김윤석과 극강 미모 강동원, 그리고 두 사람 사이를 빛낸 홍일점 박소담이 이끈 '검은 사제들'은 지난해 11월 5일 개봉, 비수기임에도 무려 54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올해 11월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값진 결실을 봤다. '검은 사제들'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어떤 치료로도 나아지지 않는 의문의 증상과 고통에 시달리는 영신 역을 맡은 박소담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


앞서 박소담은 명품 배우의 산실로 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기과 출신으로 2013년 영화 '소녀'(최진성 감독)로 데뷔해 '잉투기'(13, 엄태화 감독) '일대일'(14, 김기덕 감독) '마담 뺑덕'(14, 임필성 감독) '상의원'(14, 이원석 감독) '쎄시봉'(15, 김현석 감독)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조·단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해영 감독)로 데뷔 2년 만에 주연을 꿰찼고 이를 통해 지난해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한예종 동기인 이유영에게 수상의 영예를 양보해야만 했다.

"지난해 제가 정말 사랑하는 (이)유영 언니와 함께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는데 함께 그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기뻤어요. 그땐 유영 언니도 저도 서로 '네가 받았으면 좋겠어'라며 응원했는데 다행히 유영 언니가 받아서 좋았어요(웃음). 마치 제가 받은 것 이상으로 벅찬 순간이었죠. 그리고 그 기억이 잊힐 때쯤 다시 열린 '청룡영화상'에서 조연상 후보로 참석할 기회를 얻었는데 감회가 새로웠죠. 유영 언니가 지난해 수상자 자격으로 신인상 시상을 하게 됐는데 오랜만에 만나 또 반가웠죠. 이번엔 유영 언니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았는데 그 덕분인지 결과까지 좋았어요. '청룡영화상'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줬고 끝난 뒤 제게 '진짜 축하한다'며 따뜻하게 안아줬어요. 저보다 더 기뻐하는 유영 언니를 보면서 너무 고맙고 행복했어요."

'검은 사제들'에서 섬뜩하고 괴기스러운 악령 연기는 물론 이를 더욱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위해 삭발을 감행하는 투혼을 보인 박소담은 신인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밀도 있는, 강렬한 연기력을 과시해 영화판을 뒤흔들었다. 심사위원들은 "빙의 역할이지만 과하지 않게 접근했고 예상보다 더 파워풀하게 캐릭터를 소화했다. 김윤석, 강동원이란 강한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여자배우로서 부드러움과 애잔함을 적절하게 버무린 영특함을 보였다. 동양적이고 순수한, 맑은 얼굴도 좋았고 빙의된 섬뜩한 모습도 완벽했다. 앞날이 창창하길 바라는 배우 중 하나다"고 심사했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검은사제들'의 박소담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6.11.25/
지난해 아쉽게 신인상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지만 올해 다시 문을 두드린 박소담은 여우조연상이라는 더 큰 수상의 기쁨을 얻게 됐고 함께 후보에 오른 '덕혜옹주'(허진호 감독)의 라미란, '터널'(김성훈 감독)의 배두나, '부산행'(연상호 감독)의 정유미, '곡성'(나홍진 감독)의 천우희 모두 이런 박소담의 수상에 이견이 없었다.

"사실 '청룡영화상'이 지나간 지 한 달이 다 됐는데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해요. 하하. 여우조연상은 제 연차를 따졌을 때 너무 멀게 느껴진 상이었거든요. 함께 후보에 오른 선배들만 봐도 오랫동안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신 명배우고 그런 배우들이 조연상 후보에 오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고작 제가 그분들과 함께할 행운을 주셔서 믿기지 않았는데 상까지 받게 돼 아직도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있어요(웃음)."

흔한 겉치레 말이 아니다. 실제로 박소담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뻐했고 수상은 언감생심 생각도 못 했다는 것.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던 선배들이 수상할 때 열심히 손뼉 칠 준비를 하고 있던 찰라 기적처럼 자신의 이름이 호명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는 후문. 무대에서 두 손에 상을 쥐고 서 있는 그 순간에도 현실을 믿을 수 없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무대에 올라갔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이성민, 이선균 선배에게 상과 축하 인사를 받을 때만 해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고 소감을 말하려 앞을 바라보는데 일순간 아득해졌어요. 정면을 바라보는데 엄청난 선배들, 감독들, 관계자들이 다 저만 쳐다보고 계시는 거예요. 생갭다 그분들의 얼굴이 너무 잘 보여서 2차 당황을 한 것 같아요. 맨 처음 눈이 마주친 분이 현장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곡성'의 나홍진 감독님이었는데 그래서 더 놀란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른 상황에서 천우희 선배를 보게 됐고 그때 우희 선배가 따뜻하게 미소를 지어주고 계셔서 간신히 입을 땔 수 있었어요. 입술이 바들바들 떨리더라고요. 그날 '검은 사제들' 팀은 딱 저밖에 없었는데 다들 너무 보고 싶었어요. (김)윤석 선배, (강)동원 선배, 장재현 감독 등 너무 보고 싶어서 더 울컥했던 것 같아요. '청룡영화상'이 끝난 뒤 장재현 감독과 윤석 선배한테 축하 연락이 왔는데 그때 더 울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떨리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박소담. 수상 당시 박소담은 "지난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로 처음 '청룡영화상'에 참석하게 됐고 올해가 두 번째 참석이다.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나 걱정됐고 부담도 있었고 감사하기도 했다. 여우조연상이란 다섯 글자가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무겁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상을 받고 나니 마음이 정말 많이 무겁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 연기를 제대로 시작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았다. 여우조연상이 솔직히 부담된다. 하지만 이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성실히, 묵묵히, 꾸준히, 앞으로 해 나아가도록 하겠다. 영신이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 고생하신 스태프, 감독, 배우들, 항상 나를 응원해주는 많은 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해 화제를 모았다. 여우조연상에 대한 무게를 솔직하게 고백한 순간, 많은 영화인, 관객이 응원하고 지지한 순간이기도 하다.

"솔직하게 정말 많이 부담됐어요. '검은 사제들'로 저를 알릴 기회를 얻었는데 신인상이 아닌 조연상이라고 하니까 더 부담됐던 것 같아요. 진짜, 정말로, 너무 멀게 느껴졌던 상이거든요. 예전에 여우조연상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은 있는데 그땐 제가 정말 열심히 하면 30대, 조금 늦으면 40대에 욕심내 볼 수 있는 상이라고 생각했죠. 조연상은 그야말로 묻힐 장면 속에서도 깨알같이 맛을 살려주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 주연보다 친근한 배우들에게 어울리는 상이잖아요. 연기를 최소 10년 이상 해야, 내공이 어느 정도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라고 여겼죠(웃음). 그런데 제가 덜컥 받게 돼 더 걱정되네요. 하하. 이제 기쁨보다는 걱정과 근심이 더 큰 것 같아요. 앞으로 잘하라고 주신 상이니까요. 이병헌 선배의 수상 소감이 마음에 많이 남더라고요. 분에 넘치게 일찍 받게 된 조연상이지만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준비한 수상 소감을 조금씩 할 수 있게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이렇듯 너무 이른 여우조연상으로 상당한 부담, 걱정으로 다가오기도 한 박소담이지만 반대로 힘들었던 올해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게 용기를 준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앞서 박소담은 KBS2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와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의 의견 차이로 의도치 않게 겹치기 논란을 겪게 됐고 이로 인해 상당한 속앓이를 해야 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한해이기도 했지만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해이기도 했다.

"여우조연상이 보상이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힘든 순간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 건 맞는 것 같아요. 1년 전 개봉한 영화고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상까지 주셔서 용기를 안 낼 수가 없죠. 하하. 영신이가 받아들이기 힘든 캐릭터였을 텐데 싫어하지 않으시고 재미있게 즐겨주셨다는 의미잖아요. 1년간 많은 일이 있었고 저도 연약한 사람이라 힘들어했거든요. 또 3년간 쉼 없이 달려오면서 조금 지쳐있을 때였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여우조연상이 흔들렸던 제 마음을 다잡아줬어요.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사람 캐릭터로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웃음). 지켜봐 주세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 '제37회 청룡영화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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