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팬들은 버그없는 '롤드컵'이 보고 싶다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6-10-05 07:39





메시와 호날두가 서로 맞붙는 축구 시합에서 축구공 바람이 갑자기 꺼지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이 '리그오브레전드 2016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벌어졌다.

롤드컵 본선 조별리그 경기가 한창인 최근, 버그가 다시 한 번 유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10월 2일 SKT T1과 I May의 시합에서는 게임 내 소환사 주문인 정화가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 버그가 시합 중에 나타난 것이다.

정화는 챔피언에 걸린 모든 이동불가, 해로운 효과를 제거하고, 새로 적용된 이동 불과 효과들의 지속 시간을 3초간 65%로 낮추는 효과를 지닌 주문. 이 시합에서 SKT T1의 미드라이너인 'Faker' 이상혁이 해당 주문을 사용했으나, 이 주문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아 이상혁은 적에게 킬을 내주게 됐다. 시합이 SKT T1의 승리로 끝났기에 망정이지, 만약 이들이 패배했다면 이 장면을 두고 논란이 증폭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대회 개막일인 지난 9월 30일에는 TSM과 RNG의 시합에서 아우렐리온 솔의 발사체가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버그가 발생하기도 했다.

롤드컵은 각 지역에서 최고를 자부하는 팀들이 모여 전세계 최고를 가리는 리그오브레전드 최대의 대회로, 축구에 비유하면 월드컵에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최고의 무대에서 게임 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런 버그가 발행한 점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롤드컵 무대에서 버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올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롤드컵 2015 당시 SKT T1과 H2K Gaming의 대결에서 레넥톤의 W 스킬인 '무자비한 포식자'가 명중했음에도 스킬의 원래 효과인 스턴이 발생하지 않아 게임이 15분 가량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또한 동대회 EDG와 Fnatic의 대결에서 Fnatic의 'Reignover'가 사용한 그라가스의 Q스킬 '술통굴리기'가 발동되지 않는 버그가 발생해 게임이 40분 가량 중단되고, 이후 대회에서 그라가스의 사용이 금지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술한 버그들은 모두 게임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어서 롤드컵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무척 중요한 한타에서 실수 한 번에 경기가 한쪽으로 기우는 모습이 심심찮게 드러나는 게임에서, 이러한 버그가 언제 발생하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롤드컵의 그라가스와 관련된 버그처럼 특정 캐릭터 사용을 막을 경우에는 해당 캐릭터에 능한 선수를 보유한 팀에 막대한 전력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전 세계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로 100% 전력으로 서로 맞붙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롤드컵은 이번 대회로 벌써 6회째를 맞이한다. 어느덧 역사를 구축해가고 있는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창기의 이러한 버그 문제는 '처음이니까' 라는 이유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 벌어져서야 유저들의 양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e스포츠를 게임 대회가 아닌 진짜 스포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이야기는 라이엇게임즈가 롤드컵과 관련된 질의응답에서 종종 언급하는 내용이다. 정말로 라이엇게임즈가 e스포츠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싶다면, 선수들의 권익보호에 힘쓰고 대회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 이외에도, 이러한 소소하면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를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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