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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논하다①] '정그린' 혜리는 '응답' 저주에서 벗어났을까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6-16 10:04


[스포츠조선 배선영 백지은 조지영 기자] 한번 오열을 했다고 '연기의 신(神)'으로 둔갑하거나, 낯선 연기술을 보여줬다고 '발연기'로 치부되는 데 불편함을 느끼셨나요. 스포츠조선이 TV 드라마 속 배우들의 연기를 전문가의 식견으로 평가하는 새 기획을 선보입니다. '배우를 논하다'는 '좋은 연기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부터 '배우의 연기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목표로 구상한 연기 보고서로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솔직하고 세밀한 평가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자문단들이 세 번째로 만난 배우는 SBS 드라마 '딴따라'의 혜리입니다.


사진제공=SBS
전작 tvN '응답하라 1988'의 인기는 뜨거웠다. '우리 덕써이' 혜리는 의구심 속에서 첫 회부터 덕선이 캐릭터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줬다. 하지만 '응답'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은 대다수 '응답의 저주'에 발목이 걸려 차기작에서 영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게 되곤 했다.

혜리 역시 '응답' 이후 선택한 SBS 수목 드라마 '딴따라'에서 첫 회부터 질타를 받았다. 그가 맡은 그린은 어려운 형편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혼자 남은 동생 하늘이에 대한 책임감을 안고 사는 인물. 노래를 잘 하는 하늘이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되자 매니저로 협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속사 대표 신석호(지성)과의 로맨스, 알고 보니 친남매가 아닌 동생 하늘이와도 묘한 감정선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과연 '딴따라' 속 혜리의 연기는 전문가들로 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연기 자문단 한줄평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 : 표현의 담백함과 깔끔함이 자칫 입체성 부족과 평이함으로 구현될 수 있으니 같히 유의.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보다 앞으로의 연기변신이 더욱 기대되는 기분 좋은 배우. 앞서 연재된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과 같이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일편 영광이 아닐까? 스스로의 내적 충동을 리허설 때라도 넘어 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서은혜 CNC 스쿨 원장 : 딴따라의 사랑스런 그린에게 친해질만 하면, 중요한 감정 신에선 여지 없이 응팔의 덕선이가 찾아온다. 덕선이 캐릭터 소모가 너무나 컸던걸까? 밝은 에너지의 그린은 사랑스러웠지만, 섬세하고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는 여주인공의 멜로연기에는 아직은 부족해보였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 : 혜리의 화술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움이 묻어 나온다. 혜리에게 주어진 대본 상의 캐릭터 또한 사랑받을 만하다. 솔직한 표현과 여배우로서 주저하지 않는 표정이 그 이유를 더해준다. 대중은 이제 연기에서도 가식을 원하지 않는다. 언제나 감독들이 찾는 1순위의 배우는 가식없는 때묻지 않은 '날것'의 배우이다. '딴따라'에서 그린은 자기 나이대에 맞는 해석력을 보여줌으로서 말리거나 익히거나 가공하지 아니한 먹을거리인 날것을 보여준다. 물론 전작 '응답하라 1988'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그 때 덕선의 모습에서 성숙함이 더해졌다. 동생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에는 쉽게 공감할 수 없지만, 아르바이트와 함께 꿋꿋이 생계를 이어나가는 씩씩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기회임에 분명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드는 연기는 그저 아무나 할 수 있는 재능은 아니다. 그 사람의 매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마법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마법을 부리는 그런 배우가 되어주길 바란다.

안혁모 동국대 연극학부 외래교수 : 혜리가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로 맹활약하던 모습은 좋은 제작시스템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중파 드라마 '딴따라'에서 그녀가 홀로서기엔 아쉽지만 아직은 내공부족. 가끔씩 시선의 초점이 풀어지는 모습에서 인물로의 몰입이 방해되기도 하지만 드라마 초기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 연기톤이 밝아지면서 점차적으로 무난하게 적응해가고 있다.


윤상원 극작가 겸 연출가 : 혜리라는 본인의 캐릭터를 갖고 그린이라는 극 중 인물에 접근한 것은 훌륭한 전략 일 순 있으나 혜리 자신의 입장에서만 역할을 바라본다면 텍스트 흐름에 맞지 않는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혜리와 그린이 마주하는 중간 지점을 잘 찾으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혜리 연기력 부문별 평가

혜리의 연기력은 대본 이해 분석력, 표현과 창의력, 내적정서의 진정성, 화술과 제스처, 배우의 매력성 등 총 5가지 부문으로 평가됐다. 5가지 부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부문은 배우의 매력성 부문이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72점에 해당하는 점수이다. 자문단 중 2명이 만 점에 가까운 90점을 주기도 했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드는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매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마법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마법을 부리는 배우가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호평했다.

가장 아쉬운 점수를 받았던 부문은 무엇일까. 표현과 창의력 부문이었다. 대다수 자문단들이 낮은 점수를 줬다. #내공부족 #입체성부족 등 자문단들의 한줄평 키워드에서도 표현력, 창의력 부족이 느껴진다. 다만, 윤상원 연출가는 "혜리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잘 알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과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은 "표현의 담백함과 깔끔함이 자칫 입체성 부족과 평이함으로 구현될 수 있으니 같히 유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화술과 제스처, 대본이해 분석력 역시도 썩 좋은 성적을 받지는 못했다. 화술 부분에서 윤상원 연출가는 "혜리다운 개성이 묻어나는 소리이지만 지금의 말투는 다양한 의도를 표현하고 전달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반면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는 "헤리의 화술은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온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종합 : 다음이 더 기대되는 배우

혜리가 연기에 데뷔한 것은 지난 2012년 SBS 드라마 '맛있는 인생'이다. 이후 JTBC '선암여고 탐정단'과 SBS '하이드 지킬,나'를 거쳐 대표작 tvN '응답하라 1988'을 만나게 됐다. 자신에게 꼭 맞는 덕써이 캐릭터로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됐지만 황금빛 전작이 넘어야 할 허들이 되는 것은 배우의 숙명이다. 물론 그 전작이 선물해준 지상파 드라마 여주인공이라는 명예도 어느 날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막 배우로 꽃피기 시작한 혜리를 향해 자문단들은 애정 어린 평가를 보내줬다. 서은혜 CNC 스쿨 원장이 이야기 했듯, 객관적으로 혜리는 아직 멜로 등 깊은 감정 연기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전작의 덕선이의 그늘이 여전히 짙게 남아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안혁모 동국대 연극학부 외래교수의 평가처럼 공중파 드라마에서 극을 이끌어가기에는 아직은 내공부족인 배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또 한편 자문단들은 그녀를 #사랑스럽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가식없는 배우 라는 평가를 내밀었다.

미래에 기대를 걸게 만든다는 말은 다시 말해 자꾸 보고 싶은 배우라는 말이기도 하다. 김태훈 소장과 배진성 연구원이 말했듯, 배우를 논하다의 첫 주인공 박신양과 두 번째 주인공 지성처럼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혜리는 가능성 있는 배우라는 뜻이다. 이미 완성된 배우의 나무랄데 없는 완벽한 연기를 보는 희열도 크지만,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는 배우의 성장과정을 바라보는 것 역시 관람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sypova@sportschosun.com, silk781220@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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