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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어딘가 묘하게 달라진 분위기가 시선을 잡아끈다. "젖살이 좀 빠져서 그런가 봐요." 배우 심은경이 수줍어하며 배시시 웃었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스물셋.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에서 성숙으로. 지금 심은경은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의 순간들을 담대하게 겪어내는 중이다.
심은경은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찬찬히 곱씹다보면 캐릭터의 고난이도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여리고 순진한 모습 이면에 괴물을 키우는 소녀.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내면의 아우라로 광기를 드러내야 하는 연기. 경력 13년차 심은경에게도 풀기 어려운 숙제였을 테다. "감독님께서 희주는 소시오패스에 가깝다고 하셨어요. 평생 복수만 생각하면 살아온 아이니까 죄책감을 못 느끼는 거죠. 처음 경험하는 캐릭터라는 이유로 선택했지만, 연기할 때 힘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공감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매순간에 집중해서 희주의 날선 감정들을 그대로 표현하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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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되게 '성장통'을 앓았던 듯하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심은경이 대견해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었다. 감기를 앓고 나면 면역력이 강해지듯, "과도기에 서 있는" 심은경에겐 분명 약이 될 테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사회 생활을 일찍 시작했지만, 그 반대로 저 자신을 챙기는 법은 몰랐어요. 아르바이트도, 연애도 못 해봤고,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몰라서 그냥 꽁꽁 싸매고 있었어요. 앞으로 자신과 주변을 보살피면서 살고 싶어요. 배우 심은경의 길도 있지만, 인간 심은경의 길도 있는 거니까."
최근 심은경은 일상의 소소한 변화들을 즐기고 있다. 혼자 여행도 가고, 하루 종일 극장에서 실컷 영화를 보기도 한다. '캐롤'은 주인공 루니 마라에 매료돼 세 번이나 봤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방황의 시간 이후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결심으로 선택한 영화들도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널 기다리며'부터 '궁합', '서울역', '조작된 도시'까지 부지런히 찍었다. 독립영화 '걷기왕' 촬영을 마치면 '특별시민'에서 대선배 최민식을 만난다. 차기작 얘기가 나오자 "무척 기대된다"며 심은경이 살짝 들떴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해맑게 웃었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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