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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진한 아이 메이크업을 하고 눈웃음을 지으며 알랑방귀를 뀌는 상당히 여성스러운 남자. 그런데 그런 그의 헤픈 웃음이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박혁권. 이제 그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 길로 이성계(천호진)의 집을 쳐들어간 길태미. 자신을 말리는 이방원(유아인)의 심복 조영규(민성욱)를 향해 "이거 놔"라며 앙칼지게 쏘아붙였고 예상치 못한 길태미의 까칠함에 시청자는 실소를 터트렸다. 마치 잔뜩 뿔이 난 어린 소녀(?) 같았던 길태미는 이성계와 정도전을 마주하자 대뜸 칼부터 뽑아들며 살기를 드러냈다. 제법 귀여웠던 토라짐이 어마무시한 섬뜩함으로 돌변한 것.
이어 길태미는 정도전을 향해 대뜸 "야, 정도전!"이라며 선전포고했다.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가 네 손에 놀아난 거야? 백윤(김하균)도 네가 죽였지? 그 무사(땅새)놈 시켜서"라며 버럭 화를 냈다. 날 선 칼을 정도전에게 겨눈 길태미의 무례함에 이성계 역시 화살로 맞받아치며 그야말로 숨 쉴 수 없는 팽팽한 대치상황이 펼쳐졌다. 이성계가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본 길태미는 "내가 이성계 화살맞고 이 자식을 죽이나 못 죽이나 볼까?"라면서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었다.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칼을 겨눈 길태미와 맞은편 활시위를 당기는 이성계, 정도전은 한참의 침묵으로 기 싸움을 펼쳤다.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할 것만 같은 길태미의 서늘함은 후반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철없는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땅새의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는 무휼(윤균상)을 까치독사로 오해한 길태미는 그를 공격했고 자신이 생각한 무예가 아님을 알게 되자 곧바로 칼을 거뒀다. 길태미는 "너 왜 그런 옷을 입었어? 이런 것도 유행타나?"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길태미는 자신이 홍대홍(이준혁)의 제자라고 밝히며 무휼에게 "열심히 배워. 소질 있더라"며 조언까지 건네는 따뜻함을 보였다.
한 회에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극의 재미를 불어넣는 길태미. 때론 냉소적인 무사로, 때론 투정 많은 철부지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선보이는 그가 앞으로 남은 '육룡이 나르샤'의 항해에 어떤 반전을 선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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