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뮤지컬 생태계 붕괴 막고 싶다"
─ 직접 고소를 한 이유는 뭔가
일단 배우들이 개인적으로 소송을 하려면 민사 소송 뿐인데 그 금액이 부담되기 때문에 포기하고 만다. 또 보복이 두려워 쉽게 나서지도 못한다.
─ 피해자들이 직접 형사 고소를 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배우들은 업계에서 절대적인 '을'이다. 이의 제기를 하면 출연을 하지 말라고 한다. 기획사 및 제작사들은 자기들만의 풀이 있다. 관련 기록에서 이름을 봤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걸릴 수 있어서 증거 제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실제로 보복성 전화도 온다. 문화관광부가 만든 예술인 복지 재단 신문고 제도에 호소한 적이 있다. 그러면 문화관광부에서 사실 확인 후 시정 조치를 하고 그래도 시정하지 않으면 벌금 부여 및 신문 공고 조치를 내린다. 한 컴퍼니가 그렇게 된 적 있다. 그랬더니 신문고에 호소한 배우와 예술인 복지 재단 담당 간사에게 정화해서 당장 취소하라고 협박한 적 있다. 이런 케이스는 비일비재하다.
─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사실 피해 규모 자체가 크진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료 자체가 낮다. 앙상블과 조연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출연료가 거의 같다. 물론 주연은 예전보다 100배가 올랐다.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가 너무 심한 상황이다. 또 주연들은 대부분 기획사 소속이기 때문에 공연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8~90%의 선금을 받고 시작한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런 장치가 없기 때문에 출연료 인상을 요구했다가는 다음부터 나오지 말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규모 자체가 크진 않다.
─ 왜 꼭 두 사람만을 고소한 건가
민사상 구제가 안되면 형사상 구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성립되기가 어렵다. 그쪽에서는 공연 수익도 안되고 제작도 잘 안되니까 줄 수 있는 돈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말을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의 실생활을 보면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계속 공연은 제작하고 다음 작품을 할 땐 또 다른 배우들과 출연 계약을 맺는다. 그것도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을 데려다 공연을 하고 출연료를 주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에 힘겹게 꿈을 꾸는 아이들이 일한 댓가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되는 거다. 그들에게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이런 이들에게는 생계다. 또 추상욱 대표는 가족이 전부 TV나 영화에 나오는 연예인이라 '설마 연예인 가족이 그렇겠어'라고 믿는다. 그런데 출연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 어음을 발행하자마자 개인 파산 신청을 했다. 이건 처음부터 출연료 지급 의사가 없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공연 수익금으로 아들 연기 레슨을 받게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고소하게 됐다.
─ 형사상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면 소송에서 질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배우들이 일한 댓가를 찾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법의 구멍을 악용해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이 관행은 뮤지컬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행위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이 악행을 끊을 수 있는 하나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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