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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엔씨소프트, 한국의 대표 '게임기업'이란 무게와 책임감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5-10-26 11:00





100일,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여가 처음만나 100일을 기념하기도 하고, 목표까지 D-100일의 카운팅을 하는 것도 그 안에 할 수 있는 것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 100일의 시간, 게임업계에서 지스타 참여를 결정하면 게임 개발과 출시에서 '흘려버리는' 시간이다. 모든 것을 의미 없이 소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3달여의 시간은 개발팀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인데, 국내 대표게임 행사인 '지스타' 참여를 위해 희생 아닌 희생을 해야 하는 기간이다.

지스타 체험부스의 게임들은 유저들이 '신작을 처음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지스타에서 깜짝 공개하는 게임도 있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들을 현장에서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다. 때문에 매년 약 20만 명에 가까운 유저들이 '어떤 게임들이 있을까'라는 마음을 가지고 지스타로 발길을 옮긴다.

출시되지 않은 게임의 경우, 회사가 지스타 참가를 결정하면 시연을 위한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20~30분 유저들이 신작을 알차게 체험할 수 있도록, 게임의 특징을 압축하거나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제작한다.

개발 중인 게임의 첫 부분을 소개하면 다소 지루하고 밋밋할 수 있으며, 그렇다고 익숙하지 않은 게임의 중간 부분을 떼어내기도 쉽지 않다. 유저들에게 튜토리얼과 같은 시스템을 보여주면서도 신작의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그것도 제한된 시간에 맞춰야 하는 일은 생갭다 쉽지 않다. 별도의 기획이 필요하고 구현하기 위한 인력, 시간이 당연히 따라와야 한다.

출시가 임박한 게임들이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 완성을 위해 매진해야 하는 시기에 별도의 시스템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다보면, 오픈베타와 상용화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작의 지스타 참가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흘려버린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지스타에 참가하면 유저들이 신작 게임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 이벤트나 다른 목적으로 게임을 체험하는 유저도 있지만, 유저들이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고 의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부분은 굉장히 큰 메리트고,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나면 출시까지 게임의 기대감을 올려주고 입소문으로 연결되는 효과도 얻는다.


과거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앤소울, 리니지이터널 등 게임의 완성을 늦춰가면서까지 지스타에서 유저들에게 먼저 선보인 이유는 유저들에게 먼저 게임을 보여주기 위한 의미를 가진다. 유저들이 30분을 체험하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고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이유도 가장 먼저 게임을 체험해 보기 위함이다.

엔씨소프트가 몇 년마다 지스타에서 깜짝 신작을 공개했다면, 넥슨은 빠지지 않고 지스타에 참가하는 '개근'이다. 참가를 위한 금액도 금액이지만, 학교나 직장을 빠지지 않고 개근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게임 개발이 늦춰지고 시간이 걸림에도 넥슨은 지스타 참가를 거르지 않고 유저들을 만나며, 게임 업계 최대 행사를 위해 투자하는 셈이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에 매년 대작 게임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소개할 게임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한국 대표 게임기업이라는 무게감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들은 지스타에 참여한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위축되고 개발비 상승으로 신작 게임들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대표 온라인게임 행사로 알려진 지스타의 위상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대작, 혹은 신작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개근, 엔씨소프트는 깜짝 정보로 부족할 수 있는 지스타의 분위기를 달구고 행사장을 채운다. 대표 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이다.

지난해 넥슨은 갤러리 형식으로 부스에 방문한 모든 유저들에게 이벤트 선물을 제공하는 등 매번 비슷한 체험 부스가 아닌 변화를 주면서 색다른 시도까지 하고 있다. 게임 시장에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변해가면서 기존 온라인게임 중심의 전시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새로운 도전에서 나온 결과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리니지이터널의 시연 버전을 공개했고, 개발이 취소되긴 했지만 4D 화면에서 개발 중인 신규 프로젝트의 영상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게임 개발 방향성을 제시했다.

유저들이 매년 뻔하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대표 기업들은 매년 새로운 컨셉과 기획으로 단순히 '부스를 채우기 위함'으로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유저들이 재미있어 할 수 있는 요소'를 부스에 녹이고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의 한 게임전문가는 "게임쇼는 올해의 결산이 아닌 내년과 내후년 게임사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들과 만나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국내 최대 게임행사인 지스타를 위해 미공개 신작을 준비하거나 부스를 꾸미며 유저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함께 소통하면서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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