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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분석] 유아인 끌고 박서준 밀다…'안방극장' 세대교체 바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10-26 08:24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올초 방영된 MBC '킬미 힐미'의 남자주인공은 28세의 다중인격 소유자였다. 주연배우 지성의 실제 나이는 38세. 지성이 탁월한 연기로 10년 터울을 무리 없이 메웠지만, 이는 한편으로 연기력과 무게감, 스타성을 모두 갖춘 20대 남자배우가 부족한 현실에 대한 방증이기도 했다.

주말극은 물론이고 주중 미니시리즈까지 30대 캐릭터 일색이었던 안방극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SBS '육룡이 나르샤'를 비롯해 MBC '그녀는 예뻤다', KBS2 '발칙하게 고고',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등 젊은 감성의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배우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20대 남자배우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육룡이 나르샤'는 이같은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청년 이방원(유아인)을 중심으로 정도전의 호위무사 이방지(변요한), 조선 제일검 무휼(윤균상), 이방원의 여인 분이(신세경) 등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젊은 육룡'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캐릭터가 젊은 만큼 주연배우는 대부분 20대다. 유아인과 변요한은 86년생 스물아홉 동갑내기. 윤균상은 87년생 스물여덟이다.

이방원을 연기하는 유아인은 '베테랑'과 '사도'의 흥행 기운을 안방극장으로 끌어와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방지 역의 변요한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첫 지상파 출연에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했고, 드라마 '피노키오', '너를 사랑한 시간' 등을 거치며 차근차근 실력을 다져온 무휼 역의 윤균상도 주목받고 있다. 20대 남자배우들은 어느덧 50부 대하사극을 책임질 만큼 성장했다.

캐릭터뿐 아니라 드라마의 감성도 젊다. 관아의 곡식 창고에 불을 지른 분이의 모습에 반한 이방원의 대사는 "쟤 너무 낭만적이야"였다. 현대극에서나 들었을 법한 대사다. 드라마의 젊은 감성이 20대 배우들과 만나 시너지가 폭발했다.

시청률 20%를 목전에 둔 '그녀는 예뻤다'에도 세대교체의 주역들이 있다. 88년생 스물일곱 박서준, 87년생 스물여덟 최시원이다. 극중 캐릭터 이름을 빌려온 '지부편앓이', '신혁앓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서서히 다가가 마음을 고백한 지성준(박서준), 짓궂은 장난에 진심을 담은 김신혁(최시원). 두 남자의 서로 다른 사랑법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두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드라마 '금나와라 뚝딱', '따뜻한 말 한마디', '킬미 힐미'로 실력을 입증한 박서준은 '그녀는 예뻤다'에서 미니시리즈의 원톱 주연으로 우뚝 섰다. 코미디 연기에 물이 오른 최시원은 잘 생긴 외모와 아이돌 출신 배경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그 자체로 좋은 배우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두 배우는 올해 드라마계의 큰 수확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KBS가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학원물은 신인들의 성장 발판이 되고 있다. '후아유-학교2015'로 연기력을 쌓은 육성재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활약 중이고, 같은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남주혁은 MBC '화려한 유혹'에서 남자주인공의 아역 시절을 연기했다. 현재 방영 중인 '발칙하게 고고'에선 이원근, 지수 등 차세대 남자배우들이 차근차근 실력을 다지며 세대교체 바람을 떠받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흐름에서 20대 남자배우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새 얼굴을 찾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드라마가 부응할 수 있었던 인적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과거엔 젊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도 20대의 주연급 배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20대 배우들이 성장한 덕분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다"며 "특히 최근 주목받는 남자배우들은 작은 역할부터 밟으며 연기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여러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얼굴이면서 동시에 주연급으로는 새로운 얼굴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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