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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앳된 표정이 역력한 스무살 아가씨, 미소는 해맑디 해맑지만 뒤에는 핵펀치가 숨어 있다. 최 정 6단. 현재 세계 최강의 여류 기사다.
"16강에는 무조건 올라가고 싶어요. 떨어지면 끝이니까…(웃음), 올라가야 다음 목표를 생각할 수 있잖아요."
최 6단에게 삼성화재배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다. 2010년 프로 입단 후 데뷔 무대가 바로 삼성화재배 예선. 이슬아 3단에게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2012년에는 본선 32강에 진출했다가 1승 2패로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있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 결코 놓칠 수 없다. "가장 좋아하는 대회가 삼성화재배라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자신도 모르게 마음자세가 조금 흐트러졌다고 고백한다. "여자기사들하고 두면 무조건 이겨야 하고, 지면 주위에서 이상하게 보고, 그러다보니 이겨도 별로 기쁘지 않고…, 원래 지녔던 큰 목표를 잃어버리고 여자바둑이란 틀에 갖혀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최 6단의 롤모델은 한국에서도 10여 년간 활약했던 중국의 '철녀(鐵女)' 루이 나이웨이 9단이다. 루이 9단처럼 남녀 성별을 초월한 진정한 강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올해 삼성화재배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세계 대회에서 여류 기사들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루이 9단이 지난 1992년 제 2회 응창기배 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한국 선수로는 박지은 9단이 2002년 도요타 덴소배에서 16강, 박지연 4단이 2010년 삼성화재배에서 16강에 올랐다. 최 6단이 올해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제가 관상은 이래도(웃음) 알고 보면 독해요." 천진난만한 미소 뒤의 핵주먹, 그 한 방을 믿어 보자.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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