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감정표현은 이렇게 하는 게 옳다.
3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식당에서 KBS2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의외의 상황이 연출됐다.
질문은 단순했다. 극중 아들과 딸을 심하게 차별하는 엄마이면서도, 딸이 궁지에 몰리자 열 일 제쳐놓고 달려가는 엄마를 표현하는 감상을 물었다. 그러나 고두심은 예상 밖의 답을 내놨다. "나는 정말 종교처럼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릴 때 아픔이 있다. 칠남매라 내가 좀 늦게 공납금을 내게 됐다. 학교에서는 자꾸 명단을 부르며 돈을 내라고 했고 집에 와서 짜증을 냈다. 그날 어머니가 장에 가서 돈을 마련해 시골에 가셨다. 그리고 시골에 가는 길에 학교에 오셨는데 축대 밑에서 짐을 짊어지고 있는 형상이 너무 창피했다. 어머니가 돈을 주시는데 얼른 빼앗아 뒤도 안돌아 보고 달려갔다"며 자신의 과거사를 공개한 것. 이어 "그게 내 마음에 잘못이라는 걸 그때도 느꼈는지 나이가 들고 어느 날 무릎 꿇고 철이 없어서 그랬다고 사죄했다. 그 다음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시골에 가면 바닷가를 보면서 '나는 정말 엄마가 너무 좋다. 그런데 내가 자식을 두고 부모가 돼 보니까 굉장히 힘이 들더라. 우리 칠남매 키우면서 밤에 어머니 아버지 얘기할 때 얼마나 무서우셨어요. 나는 엄마와 또 인연을 맺고 싶은데 엄마가 엄마 역할이 너무 힘들면 내가 엄마하고 엄마는 내 딸로 태어나' 하면서 손을 잡았더니 아무 말 없이 손에 힘만 꼭 주시더라. 그때 어머니가 내게 주셨던 그 힘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그의 눈물 고백을 듣던 김미숙과 유진마저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공적인 자리에서 배우들이 자신의 아팠던 기억을 공개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날 감정을 드러내며 눈물을 보이는 것도 일상사는 아니다. 그러나 고두심의 고백은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자세로 작품에 임하고 있는지를 진솔되게 느끼게 했다. 자신의 기분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자리를 파탄냈던 모 제작발표회 현장과는 180도 다른, 그래서 더 멋진 고백이었다.
'부탁해요 엄마'는 세상에 다시 없는 앙숙 모녀를 통해 징글징글하면서도 짠한 모녀간 애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유진 이상우 고두심 김갑수 김미숙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지난 8월 15일 14.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첫 출발한 뒤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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