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신동엽, 이경규,이휘재를 비롯해 윤종신, 유희열, 성시경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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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능인'의 조상 윤종신은 경인년(庚寅年·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꼬박 1~3곡씩 '출판'하고 있다. 참여 뮤지션도 015B, 정준일, 박정현, 정인, 규현, 하림, 킹스턴 루디스카, 김완선, 임슬옹 등 인디와 메이저, 신(新)·구(舊)를 아우를 만큼 조화로우며 음악도 댄스에서 발라드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유희열은 지난 달 11월 7년 만에 발표한 토이의 7번째 앨범 '디 카포'를 발매했다. 음원 발매 직후 잘나가는 아이돌들의 음원을 제치고 주요 음원 순위를 싹쓸이 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성발라' 성시경도 콘서트로 음악 팬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다. 지난 5월 단독 콘서트의 역시 당연히 전석이 동났다. 지난 해 겨울에는 캐롤 앨범 '윈터 원더 랜드'를 발매하고 그의 여덟 번째 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기쁨을 전했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물급' 예능인들과 함께 해도 절대 기죽지 않는 다는 것. 기죽기는커녕 그들과 짝을 이뤄 자신의 매력을 열 곱절 더 끌어올린다. 맏형 윤종신은 SBS '패밀리가 떴다' KBS2 '우리 동네 예체능' 등에서 한국 예능의 양대산맥 유재석·강호동과 호흡을 맞췄고 MBC '라디오 스타'에서 독설가 김구라와 함께 하고 있다. 이 세 명의 MC들은 완전하게 판이한 예능 스타일을 구사하는 자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하는 윤종신은 한결같이 '깐족'과 '주워먹기' 등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세 명의 정상급 MC들을 구워삼는 무서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윤·유·성 3인방의 예능 결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자. 이들은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음악 색깔은 매우 비슷하나, 예능에서는 그 빛깔이 판이하게 다르다. 험난한 예능판에 가장 먼저 뛰어든 윤종신은 초반 "음악하는 사람이 무슨 예능이냐"는 모진 소리를 들으면서 '뮤능인'의 길을 닦은 선구자. 쉬지 않는 깐족과 주워먹기로 '얻어 걸리듯' 웃음을 자아내는 듯 보여도 적재적소에 상황에 정확히 치고 빠질 줄 아는 능구렁이다. 자신의 메인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 스타'에서 김국진의 장점인 진행과 정리, 김구라의 장점인 독설과 유머를 고루게 갖추며 사실상 프로그램의 중심을 맡고 있다. 또한, 그는 꾸준하다. 예능의 길에 발을 디딘 10년 전부터 꾸준히 쉬지않고 프로그램을 맡으며 자기만의 포지션을 반짝이게 닦아놨다. 그의 꾸준함이 얼마나 놀랍냐면, "나는 (절세미남) 조인성과 정우성을 닮았다"는 장기간 계속되는 끊임없는 그의 망언(?)을 처음에는 웃고 지나가는데, 가끔은 그가 정말로 정우성처럼 보일 때도 있다는 것. 이 정도 세뇌 능력은 보통 꾸준함이 아니고선 불가능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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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은 전혀 다른 색깔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하는 팔방미남이다. 계사년(계사년·2013년) JTBC '마녀사냥'으로 본격적으로 예능을 시작한 그는 연애고수다운 촌철살인 조언부터 짝꿍 신동엽 못지 않은 '야드립'을 시전하며 예능인으로서 제2의 정성기의 포문을 열었다. 그뿐이랴.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외국에서 물 건너온 21명의 이방인들을 아우르는 토론실력을,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는 출중한 영어실력으로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의 정석을 보여줬다. 또한, 잔잔한 발라드 가수 답지 않게 기골이 장대한 그는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수준급의 테니스 실력을 선보였고, '쿡방' 열풍에 편승해 올리브 '오늘 뭐 먹지?'에서 요리까지 섭렵,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타이틀까지 획득했다. '오늘 뭐 먹지?'의 연출자는 성시경이 '차줌마' 차승원보다 요리를 잘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들을 잘 아는 자에 따르면 사석에서의 이들의 입담은 방송의 10배 수준이라고. 차마 방송에 내보낼 수 없는 '사석용 토크'를 시작하면 국민MC 그 이상,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한다. 인터넷 방송이 대세인 요즘, 이들 세 사람 '편집'없는 토크 방송 보고 싶은 건 글쓴이만의 욕심은 아닐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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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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