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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프러포즈, 배우 임수정에게는 "당신을 생각하면서 쓴 시나리오"라는 말이었다. 진심 어린 고백의 말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고,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은 듯" 감동이 밀려왔다. 그렇게 임수정을 유혹한 그 영화 '은밀한 유혹'은 지난 4일부터 극장에서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출연을 앞둔 배우들은 선입견을 가질까 봐 원작을 보지 않는 편인데, 임수정은 이 영화의 원작인 1950년대 프랑스 소설 '지푸라기 여자'를 구해서 읽었다. 소설의 비극적인 결말과 달리 영화에선 주인공을 현대적 여성상에 맞게 현실을 주체적으로 극복하는 여자로 그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영화계에서 무척 '희귀한' 여성주도형 영화라서 더욱 "귀하고 소중하게" 느꼈다.
여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진폭에 따라 극이 진행되는 탓에 임수정은 캐릭터에 줄곧 몰입해 있어야 했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고, 조금은 외로웠던 그 시간을 캐릭터에 녹여냈다.
'은밀한 유혹'에서 만난 유연석과 개봉을 앞둔 '시간이탈자'의 조정석은 임수정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유연석은 당시에 '제보자'와 '상의원'까지 동시에 세 작품을 촬영 중이었어요. 드라마로 크게 주목받은 이후였는데도 역할의 크고 작음에 상관 없이 꾸준히 연기하는 모습이 멋있더군요. 조정석도 현장에 임하는 자세가 정말 좋은 배우였고요. 뮤지션은 무대 위에서 가장 멋있는 것처럼, 배우도 현장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그걸 실천하고 있는 두 배우를 보면서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됐어요. 이젠 저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임수정의 연기 행보는 '전략'이나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마음을 툭 건드리는 작품"이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는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뚝 끊겼다. "드라마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배우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 대해선 제가 무디기도 했고 욕심도 없었죠. 좋은 의미에서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어요."
많은 작품에 출연하겠다며 열정으로 달아오른 임수정이 요즘 애정을 쏟고 있는 또 다른 일들이 있다. 바로 꽃꽂이와 기타 연주다. 특히 몇 년 전 시작한 기타 연주는 이제 실력이 쌓여 몇 곡 정도는 악보 없이도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끔 촬영장에 기타를 가져가 틈틈이 연주를 하곤 한다. 임수정은 영화 '비포 선셋'의 엔딩에서 줄리 델피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던 장면을 떠올리며 "언젠가 근사한 음악영화에서 직접 연주를 해볼 그날을 꿈꿔본다"고 했다.
그리고 좋은 배우란 타이틀 만큼 그가 욕심내는 건 작가 타이틀이다. 전시회, 공연, 영화 등을 본 뒤 리뷰도 쓰고 스치는 아이디어도 기록으로 남긴다. 때론 누군가에 대한 실망감이나 아쉬움을 일기형식으로도 쓴다. "지금은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 단계예요. 멀지 않은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보고 싶어요. 나이 들어도 가장 가까이에서 하고 싶은 일은 글 작업이에요. 60대에도 배우를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글은 계속 쓰고 있을 거예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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