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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시티권'과 '표절' 시비, 닮은꼴 3가지는?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5-03-16 05:43



돈 되는 곳에 분쟁 있다. 날로 성장하는 엔터업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 분쟁이 표절과 퍼블리시티권이다. 하지만 둘 다 판단이 애매하다. 구체적 기준을 준거로 삼는 법의 잣대를 세밀하게 들이대기가 쉽지 않다. 자칫 애매한 기준으로 인정할 경우 줄소송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퍼블리시티권과 표절 관련 시비가 늘고 있다. 유이는 자신의 허벅지 사진을 광고용으로 사용한 한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 2심에서 패소했다. 얼마 전 미쓰에이 수지 모자 사건과 같이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표절 시비도 끊임이 없다. MBC '킬미 힐미'와 SBS '하이드 지킬 나'가 유사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놓고 '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이드 지킬 나'의 원작인 만화 '지킬박사는 하이드씨'(2011년)의 이충호 작가는 '킬미 힐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킬미 힐미' 제작사는 드라마를 쓴 진수완 작가가 2008년에 '아무도 모른다'라는 가제로 완성한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기획된 것이라며 부인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큰 인기를 모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만화 '설희'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KBS 드라마 '왕의 얼굴'은 영화 '관상' 의 표절이란 주장으로 방송 전부터 시끌시끌했다.

표절과 퍼블리시티권 관련 분쟁. 묘하게 닮은 꼴이다. 세가지 공통점을 살펴보자.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유이. 김보라 기자
점점 늘어난다

이상한 일이다. 표절과 퍼블리시티권 시비. '억울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갈수록 관련 분쟁은 늘고 있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에 비해 판이 커진 탓이다. 부가가치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팽창했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더 이상 국내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컨텐츠를 실어나르는 미디어 기술 발전과 함께 시·공을 넘는 전파력으로 전 세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만큼 성공한 창작물의 가치는 하늘을 찌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수현과 전지현을 중국 내 대표적 한류스타로 우뚝 서게 한 '별에서 온 그대'다. 퍼블리시티권도 같은 맥락이다. 작품들과 함께 빅스타들의 부가가치도 치솟고 있다. 업체가 이들을 마케팅적으로 적절히 잘 활용하면 큰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스타들이 자신의 이미지 도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 법원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지 못할지언정 소송을 강행하는 이유는 더 많은 도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


전문가 조차 모른다

분쟁을 느는데 해결은 쉽지 않다. 영상 컨텐츠의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 조차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작권 관련 표절 논란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작품 전체를 통으로 베끼면 당연히 표절이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시비는 거의 없다. 대개 분쟁은 전체가 아닌 일부 아이디어에서 생긴다. '핵심 아이디어' 여부가 표절 판정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하지만 그조차 '트렌드'나 '창작 시점' 등의 이유로 면책될 수 있다. 하물며 부분 표절에 대한 주장은 더욱 판단하기 어렵다. 순수 창작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래서 많은 창작자들이 '할리우드 키드'적 느낌을 경험한다. 과거 언젠가 본거, 언젠가 읽은 내용이 부지불식간에 내용에 스며든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푸념하는 이유다. 재창작 여부도 판단하기 애매한 영역이다.

퍼블리시티권 역시 판단이 쉽지 않다. 법원이 초상권의 재산권적 개념인 퍼블리시티권을 해석할 때는 피해 당사자의 재산상 침해 여부를 따진다. 하지만 직접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피해까지 폭넓게 판단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심지어 우리나라에는 퍼블리시티권이 명문화돼 있지도 않다.


미쓰에이 수지. 송정헌 기자

한계 없는 인정은 소송 천국을 부른다

딜레마다. 보호해야 할 부가 가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자니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표절이나 퍼블리시티권을 한계없이 인정할 경우 자칫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위험이 있다.

저작권과 관련, 한 방송관계자는 "이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표절 시비에 걸리지 않을 작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퍼블리시티권과 관련, 한 법조인은 "만약 한계 없이 인정할 경우 유명인이 잠깐 들렀던 사실을 매장 내 홍보로 활용하고 있는 음식점 등 수많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소송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퍼블리시티권을 명문 규정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대중의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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