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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몸과 마음을 뜨겁게 달궜던 휴가철도 어느덧 끝물? 휴가를 다녀 온 이들이나 앞 둔 이들이나 마음이 싱숭생숭하긴 마찬가지다. 휴가라면 으레 여행을 떠올리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도 많다. 이같은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TV는 여행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 어느덧 장수 예능이 된 KBS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나 MBC '아빠, 어디가?', 지상파를 위협하는 케이블 예능 tvN '꽃보다' 시리즈의 새 시즌 '꽃보다 청춘'도 그렇다. 여기에 매주 금요일 SBS '정글의 법칙'으로 우리는 정글 체험을 하고 있고, 굳이 멀리가는 여행이 아닌 동네 여행을 즐겨보자는 MBC '동네 한 바퀴'도 지난 14일 첫 방송됐다. 한번쯤 TV 속 주인공같은 여행을 꿈꾸는 당신. 기자가 가이드의 심정으로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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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아빠는 주말에도 일을 하거나, 동료들과 골프나 등산을 즐기는 가족으로 여겨진다. 물론 아빠의 잘못만은 아니다. 아이들 역시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하거나,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빠, 어디가?'는 단절된 아빠와 아이들의 관계를 여행을 통해 회복해가고, 성장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줘야 할 지 모를 때, 단 한 번도 아내 없이 아이들과 외출해 본 적이 없는 아빠들에게 더욱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여행을 즐기면서 어쩌면 가장 소중할 수 있는 아이들과의 추억과 교감을 쌓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여행의 즐거움이다. 물론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이기에 귀찮은 일들은 때때로 벌어질 수 있지만, 이 마저도 감수해야 진짜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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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없고, 불도 없는 세상을 버틸 수 있을까. 선뜻 상상조차 쉽지 않다. 버튼만 누르면 해결되는 원스톱 세상에 익숙해진 당신이 불편한 생활을 감수할 수 있을까. 잠자리의 불편함, 먹거리의 결핍을 호소할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이 여행은 접어라. 단순한 정글 탐험 여행이 아니다. '정글의 법칙'의 묘미는 지금 누리는 것을 모두 버리고, 자연의 상태에서 자급자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재미가 있다. 여행을 하는 동안 고생은 하겠지만, 다녀온 뒤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것에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현재의 내 삶이 권태롭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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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었다고 해서 방심하지마라. 낯선 여행지의 공기 속에는 설렘이 있다. 누구나 아이가 되고 성장을 경험한다. 새로운 길을 밟아보고, 새로운 먹을꺼리를 찾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면서 아이는 사춘기를 거쳐 어른이 된다. 칠순이 넘은 할배나 톱 여배우나, 불혹을 넘긴 아티스트나 누구나 똑같은 아이가 된다. 내가 어느덧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과감하게 배낭을 챙기고 떠나라고 독려한다. '꽃보다 청춘'에서는 배낭 조차 없었지만….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한 번 쯤 '청춘'을 돌려주고 싶다면? 이 여행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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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여행을 간다면 최소 1박2일은 필요하다. 먼 해외로의 여행은 최소 일주일 이상이 필요하다. 정글 탐험은 한 달은 족히 비워야 한다. 도저히 시간은 낼 수 없지만,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동네 한 바퀴'를 추천한다. '동네 한 바퀴'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다닌 그 골목과 그 거리에 의미를 부여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대오서점, 이상과 윤동주가 장기 투숙했던 보안여관, 적산가옥으로 지어진 중국집 등 서울사람도 모르는 서울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매번 갈 곳이 없어 영화관과 쇼핑몰을 전전하며 데이트 코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는 남자라면? 사전 조사 차원에서라도 이 여행은 꼭 해볼 만 하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