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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최지우가 SBS '천국의 계단' 이후 무려 11년 만에 뭉쳤다.
돈 때문에 위기에 처한 평범한 부부에게 재벌녀가 '유혹'을 청한다면? 영화 1993년 데미무어,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은밀한 유혹'의 설정과 유사하다. 한 번의 잠자리에 큰 댓가를 주겠다는 영화에서의 설정은 드라마에서 3일의 시간에 10억이라는 거액을 내주겠다는 유혹으로 바뀌었다. 과연 사랑이 돈 앞에서 얼마나 허무하게 깨질 수 있는지 마음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거기에 민우라는 캐릭터가 더해지며, 4각 멜로로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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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
말 그대로 '유혹'이다. '골든크로스', '신의 선물-14일', '빅맨' 등 2014년 드라마는 유독 돈과 권력이면 무엇이든 하는 탐욕의 드라마들을 봤다. '유혹'은 겉으로의 결과 뿐 아닌 '사랑'까지 건든다. 돈으로 사랑도 살 수 있을까. 뻔히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은근히 끌리는 치명적 멜로, 이 강한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권상우와 최지우는 '유혹'에서 익숨함과 새로움의 차이로 돌아왔다. 권상우는 SBS '야왕' 초반에서 보여줬던 따스하고도 정감있는 남편으로 돌아왔다. 반면 최지우는 전작 '수상한 가정부'와는 180도 다른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상한 가정부'와 같이 속내를 알 수 없는 차가움이 깔려있긴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이기적인 도도함을 담고 있어 세영 역에 제격이었다. 여기에 박하선의 지나친 여성성, 이정진의 과한 남성성이 실타래처럼 엮어진다면 '천국의 계단'이후 또 한 번의 흥행을 기대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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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과 불안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불륜이 아름답게 포장됐을 때 JTBC '밀회'처럼 혹평도 동반될 수 있는 것. 거기에 돈에 의한 불륜, 자칫하면 배우들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흐를 수 있다. 그래서 스토리의 개연성이 좀 더 극적이어야 한다. 첫 회에서 세영이 석훈에서 3일의 시간으로 10억을 쳐주겠다는 제안은 시청자들에게 무시무시한 상상력을 안겼다. 영화라면 이 고민만으로도 2시간은 채우고도 남는다. 하지만 드라마다. 드라마에서는 더욱 끈질기게 고민할 수 있는 꺼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주인공들이 더욱 불쌍해 보여야 한다. 모든 것을 갖춘 여자가 사랑까지 강탈한다면 이 드라마는 '밉상' 드라마로 끝날 수 있기에.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