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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적 같은 일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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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서트는 9년 만의 컴백, 12년 만의 완전체, 데뷔 15주년 기념이라는 3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녔다.
다시 뭉치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손호영은 "12년 만에 원년 멤버가 모였다고 하지만, 멤버들과 다시 지내다보니 엊그제 만난 사람처럼 반가웠다"며 "음반과 콘서트를 준비하며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이 너무 행복했다"고 전했다.
데니안 역시 "데뷔전 경기도 일산 숙소에서 어렵게 생활했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그동안 생각했는데 이제 바뀌었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앞으로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박준형은 "팬 여러분들이 god 멤버들을 지켜주는 게 너무 자랑스럽더라. 옛 추억도 떠오르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컴백을 앞두고 발표한 god 8집이 음원차트를 장악한데 이어 컴백 콘서트 역시 매진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김태우는 "이번 앨범은 얼마만큼 즐기면서 만드느냐가 중요했다. 멤버 모두가 다 진심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대중이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컴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멤버별 의견 충돌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멤버들은 "손호영과 김태우는 계속 음악하고 공연했지만, 나머지 셋은 가수활동을 하지 않아서 두 사람 의견을 많이 따랐다. 의견충돌은 없었고, 다섯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듯이 재미있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내내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돌아간 듯 했다는 것. 맏형 박준형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멤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막내 김태우는 여전히 형들의 눈치를 살피며 한마디 한마디를 토해냈다. 그리고 한 멤버의 답변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다른 멤버들이 함께 대답을 하는 모습 등은 예전 god 그대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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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폭죽과 함께 마침내 god 다섯 남자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객석의 관객도, 무대 위의 god도 이 기적 같은 상황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10년에 가까운 공백은 서로에게 긴 기다림이었다.
컴백 공연의 시작은 지난 5월 선공개한 '미운오리새끼'. 멤버 한명 한명의 모습이 대형 LED를 통해 보여지자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찾은 1만5000천여 관객들의 함성은 한여름밤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특히 12년 만에 god로 다시 돌아온 윤계상의 모습에 가장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2014년 god는 전성기때의 그들과 달랐다. 두번째 노래인 '길'을 부르며 멤버들이 가벼운 율동을 시작하자 객석에서는 어느덧 평균 연령 30대 후반이 된 god의 모습에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무대 위의 god 멤버들도 모처럼 하는 안무에 얼굴에는 어색한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god의 최대 강점은 화려한 춤이 아닌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노래. 콘서트가 진행되며 과거 히트곡과 최근 발표한 정규 8집의 수록곡들이 불려지자 객석은 god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god의 대표색인 하늘색이 잠실의 밤하늘을 물들였다.
실제로 데니안은 god가 다른 아이돌과 다른 점에 대해 "지금의 K-POP을 만든 후배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우리가 후배와 다른 점은 누구나 함께 따라 부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 아닐까"라고 진단했다.
오랜 만에 콘서트 무대에 서는 만큼 실수도 적지 않았다. 안무를 하며 멤버들은 동선이 겹치는가 하면 노래 가사와 랩 가사를 틀리게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god 멤버들은 예전의 안정된 모습을 찾아갔고, 공연 말미에는 공백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보여줬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god는 총 20곡을 열창했고,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안무 수정과 공연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무난히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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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연을 무사히 마친 god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8월 한달간 전국 투어에 나선다. 8월 2일과 3일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15~16일), 대구(23~24일), 대전(30~31일)을 돌며 god의 컴백 열기를 전국으로 퍼트릴 예정.
그렇다면 god는 어떻게 해서 다시 뭉치게 된 것일까. 이와 관련 김태우는 "팬들처럼 우리 멤버들도 god를 많이 추억했다. 또 올해가 15주년이었다. 그동안 멤버들의 마음과 의견, 멤버들 회사간의 의견들과 생각들이 다 맞아떨어진 게 지금이었다. 멤버들 누구 하나라도 불편하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하지 말자고 했다"고 전했다.
관심은 성공적인 컴백 무대 이후 과연 god는 어떻게 될 것이냐에 쏠려 있다. 그저 데뷔 15주년을 기념한 일회성 재결합인지 아니면 god란 이름으로 활동을 계속 이어갈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것.
god는 윤계상이 탈퇴하며 불완전체로 활동을 이어오다 지난 2005년 이후 음반을 내지 못했다. 따라서 윤계상이 god의 향후 활동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핵심 변수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윤계상은 "이번에 발표한 앨범은 추억팔이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지난 2년간 다시 뭉치기 위해 멤버들이 힘들게 조율을 해왔다"며 "따라서 헤어짐이 다시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윤계상이 직접 god의 해체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윤계상은 공연 말미에 약 10분 분량의 '계상이의 편지&약속'이란 영상편지를 통해 나머지 멤버들에게 갖고 있던 오해와 속내를 모두 털어놔 무대와 객석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더욱이 이번 서울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며 팬들은 god를 다시 보지 못할 것이란 걱정은 영원히 접어두어도 될 듯하다. 그저 god 멤버들이 어떤 모습으로 멋지게 나이먹어 가는지를 즐기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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