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30일 영화 '역린'과 '표적'이 함께 개봉했다. '역린'은 현빈의 복귀작이자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한 '표적'은 제 67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물론 두 작품 모두 김성령의 연기는 나무랄데 없다. 신 스틸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신의 분량 안에서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물론 사극과 현대극이기 때문에 관객이 캐릭터를 극단적으로 혼동할 확률은 크지 않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이같은 겹치기 출연이 박수쳐줄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 지적 받을만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여배우 기근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상황을 볼 때 기근이라고 하기 보다는 편중으로 보는 것이 맞다"라며 "특정 배우에게 역할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관객들의 선택권이 사라지는 모습이 요즘들어 심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역린'을 보고 가까운 시일 내 '표적'을 본 관객의 잔상에는 아무래도 '역린'에서의 김성령 이미지가 오버랩돼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물리적으로도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이 경우 배우의 역량을 완전히 이끌어내기 힘들어진다. 실제 김성령은 겹치기 출연을 위해 무리하게 움직여야 했다. 촬영 당시 SBS드라마 '상속자들'까지 함께 하고 있어서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3곳의 촬영현장을 바쁘게 누볐고 피로가 겹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물론 김성령이 영화의 개봉일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촬영 일정이 겹칠 수 있다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런 문제는 '관객들을 위해' 가급적 피해가는 지혜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