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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이정표는 만능탤런트다. 그는 코미디언으로 처음 방송에 입문했지만, 가수와 MC 연극배우로 다재다능한 탤런트적 기질을 발산하며 자신만의 무대 입지를 탄탄히 구축했다.
또 데뷔 동기들 중에서도 비교적 나이가 많아 이후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늘 맏형 격의 역할을 도맡았다. 그는 데뷔 훨씬 이전부터 이미 양아버지였던 고 배상룡 흉내내기 주특기로 연예가에서는 정평이 나 있었다.
그가 경기도 곤지암에 20여년째 정착하게 된 것도 사실은 고 배삼룡이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직후다. 배삼룡은 경기도 광주의 천진암 부근에 전원주택을 지었고, 양아들로 삼은 이정표가 그를 친아들 이상으로 지극정성 모셨다(?).
이정표의 배삼룡 흉내는 일품이다. 말투나 행동, 심지어 미세한 표정까지 똑 닮았다. 처음부터 닮았던건 아니었겠지만 그가 양아버지의 수제자 겸 아들로 그의 연기를 흉내내고 따라하면서 수백 수천번 반복 연습한 끝에 얻어낸 결실이다.
고 배삼룡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개다리춤은 그가 고스란히 전수받았다. 이정표가 고 배삼룡 생존 당시의 모습과 똑같은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서면 헷갈릴 정도다. 목소리 말투 걸음걸이, 여기에 비틀비틀 개다리 춤을 선보이면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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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년대 가설 극단시절과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TV 시절 '웃으면 복이와요'를 보고 살았던 지금의 50세~70세 중장년들한테는 보기만해도 배삼룡의 전성기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나온다.
빠르게 변하고 흘러가는 초 뉴미디어시대에 그는 과거를 걷고 있다. 세월을 거슬러 배삼룡 전성기 시절에 유행했던 '그때 그시절 추억의 코미디쇼'는 그에겐 생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도심재개발로 헐렸지만 얼마전까지 명맥을 유지해온 서대문극장을 비롯해 대학로 무대와 문경, 청양, 광주 등지를 돌며 그는 3년째 그때 그시절 추억의 코미디쇼를 고집스럽게 이끌었다. 올해까지 무려 8회째다. 노원구민회관 등 서울 지자체가 운영하는 극장까지 포함하면 그 횟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추억과 향수가 묻어나는 코미디쇼는 그의 집념이 결실을 맺어 방송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케이블 Inet 방송은 10월17일 밤 11시 '배삼룡 추억의 코미디쇼'를 45분간 방송한다. 가설무대시절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이정표가 MC 겸 코미디연기까지 1인2역을 도맡는다. 이정표는 고 배삼룡은 물론 고 이주일 서영춘 등 왕년의 명코미디언들의 흉내를 내며 만능코미디언의 진수를 보여준다.
원조 '소양강처녀'를 부른 원로가수 김태희를 비롯해 임창제, 방주연, 현당, 그리고 배삼룡의 극장쇼시절 팝을 주로 부르며 인기를 끌었던 프레스리, 이정표와 호흡을 이뤄 오랜시간 추억의 극장쇼를 이끈 머루와 다래가 출연한다.
그가 양아버지로 극진히 모시던 배삼룡이 별세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그동안 그는 '배삼룡 코미디쇼' '이정표 품바쇼' '뮤지컬 코미디쇼 이정표 품바'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만들어 무대를 지켰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추구하는 것들이 달라졌어도 누군가는 잊혀져가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이어받고 전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단 몇 명의 어르신이라도 지난날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며 활짝 웃으실 수 있다면 흥행이 좀 덜 되고 돈벌이가 안되더라도 무대에서 땀을 흘릴겁니다."
인기와 무관하게 그는 자신의 장기와 특기를 살려 '어르신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특별한 장르'를 만들어낸 셈이다. 대학로와 서대문극장 등 몇군데를 제외하면 서울 종로구와 노원구 도봉구 등 지자체 무대는 거의 대부분 무료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서울시는 그에게 서울특별시 봉사상을 수여했다.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