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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에도 시어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
박-한창 뮤지컬 배우로 잘 나갈 때 결혼 발표를 했어요. 많은 분들이 놀라셨어요.
박-어려운 질문이지만, 아이들이 한참 자랄 때 중요한 (이혼이란)선택을 하셨잖아요. 아이들 때문에 쉽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전-그래서 더 오래 걸렸죠. 마음 속 준비는 훨씬 더 오래 전에 했는데, '아이들에게 가장 적당한 때가 언제일까? 더 기다려줘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참고, 생각했죠. 중요한건 엄마 마음이 너무 강퍅해지고 힘들고 우울해지면, 아이들에게 좋을 게 없다란 거죠. 충격을 가장 부드럽게 넘어갈 방법을 생각했어요. 제 생각엔 그래도 좋은 시기에, 나름 최선의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충격을 안 주고 마무리 하지 않았나 싶어요.
박-아이들이 충분히 받아들이기엔 어렸잖아요.
전-때로 '엄마는 왜 아빠랑 같이 안 살아야 돼?', '아빠랑 다시 살면 안돼?'라고 질문하기도 했어요. 애들이 100% 이해하지 못 하도라도, 되도록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정보를 줘야겠다 생각했어요. 숨기고 있다가 '아버지 미국 가셨어' 그러진 않았고, 늘 얘기를 했고, 따로 떨어져 사는 것도 얘기를 했죠. 쌍둥이인데도 성격이 너무 다른 게, 헤어지고 나서 '딸들 엄마가 남자친구를 만들면 어떨까?' 하니까, 지온이는 밥 먹다가 '그럼 아빠는 어쩌란 말이야'하고 울면서 자기 방으로 가요. 또 시온이는 '엄마는 정말 예쁜 사람이고, 훌륭한 사람이라서 좋은 사람을 만날 거야' 그래요. 그때는 그런 반응이 재미있었죠. 이제는 지온이도 이해해줘요. 그리고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니까 재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든요. '엄마가 나중에 결혼을 하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는 아빠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래요. '너희는 아빠가 둘이 생기는 거야. 낳아준 아빠, 키워주는 아빠'라고 대답하죠. 정신적으로 또 적응기가 필요하겠죠.
박-요즘은 많이 겪는 일이지만, 선택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아빠의 부재가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전-저는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서 이혼 후에도 친할머니, 쌍둥이 친할머니랑 함께 살았어요. 굉장히 사람들이 의아해 했는데, 저는 애들 담임선생님께도 얘기를 했어요. 할머니가 어려서부터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고요. 할머니가 무슨 죄가 있어서 갑자기 손녀들과 이별을 하는 것도 슬프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빠랑은 따로 살면서도 큰 변화를 못 느끼게 했어요. 아빠한테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면 저희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제가 나가 있으면 되니까요. 집에서 아이들 같이 만나서 놀라고 얘기를 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 아빠를 위해서요. 저와는 남남으로 되는 거지만, 아빠와 아이의 관계는 죽을 때까지 가는 건데 계속 좋게 형성 돼야 하잖아요. 그래서 아빠 흉보는 거 절대 안했어요. 이제는 커서 조금씩 흉 봐요.(웃음) 가끔 예를 들죠. '너희 남자친구 잘 사귀어야 해. 아빠는 괜찮지만, 엄마랑 이런 게 안 맞았어'이러면서 얘기해요.
박-참 현명하시네요. 통계적으로 4쌍의 부부 중 1쌍이 이혼을 해요. 고민하는 부부들도 많은데, 전수경 씨 입장은 어때요?
전-자신의 선택이 확신을 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가 있는데 이혼 한 부부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AS에요. 엄마, 아빠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지 더 많이 생각해 봐야 해요. 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해요. 경제적으로 흔들릴 때 아이가 미워지거나 그러면 안 되거든요. 그런 것들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리면 저는 찬성이에요.
박-전수경 씨는 결정 후에 자신만의 꿈, 도전을 잘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아직 인생을 다 산건 아니고 저도 살아가는 과정에 있죠. 분명한 건 누구나 쓰러지고 누구나 넘어지는데 그거를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돼요. 그런 힘들이 없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좋은 말씀, 좋은 책을 통해서 저장을 해 놓으면 분명히 일어날 힘이 생길 거예요. 저도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아이들이 생각할 때, 우리 엄마가 나랑 함께한 시간이 적었었지만, '그때 엄마가 저런 일을 하느라 그랬구나'라고 아이들이 인정해주는 엄마가 되는 게 제 목표죠.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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