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년의 유산'VS'출생의 비밀'는 시청률 VS 작품성 대리전 양상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6-24 12:12 | 최종수정 2013-06-25 07:52


사진제공=MBC

극과 극 장르의 드라마가 같은 날 동시에 막을 내렸다. 지난 23일 MBC 주말극 '백녀의 유산'과 SBS 주말극 '출생의 비밀'이 함께 종영했다. 이 두 드라마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상반된 모습을 보이며 마니아층을 양산해냈다. 대장정을 마무리한 이 두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시청률만 보면 '백년의 유산' KO승

겉으로만 보면 '백년의 유산'의 KO승이다. '백년의 유산'은 마지막회에서 30.3%(이하 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올해들어 드라마가 30%의 벽을 넘은 것은 '내 딸 서영이'와 '백년의 유산'뿐이다. 지난 1월 13.5%로 시작했던 '백년의 유산'은 총 50회 평균 시청률 22.2%를 기록했다. 평균 시청률이 20%를 넘는다는 것은 최근 드라마 시청률 추이를 볼 때 굉장한 선전이다.

이 드라마는 특히 5060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성연령별로 여자 50~60대에서 16%로 가장 높은 시청점유율을 보였다.

반면 정면 대결을 펼친 '출생의 비밀'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종영 시청률은 '백년의 유산'보다 무려 23.9%포인트 낮은 6.4%다. 지난 4월 27일 6.4%로 방송을 시작한 '출생의 비밀'은 총 18회 평균 7.1%에 머물렀다. 자체 최고 시청률도 지난 1일 8.3%다. 성연령별로는 여자 40대가 15%로 가장 높은 시청점유율을 보여 5060여성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시청률 상승의 원동력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백년의 유산'과 '출생의 비밀'은 비교하기도 힘든 작품이다.

작품성으로 보면 '출생의 비밀' TKO승

하지만 작품성으로 보면 '출생의 비밀'의 TKO승이라고 할 수 있다. '출생의 비밀'은 짜임새 있는 전개, 매력있는 캐릭터 그리고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작품이다.

'피아노' '신데렐라 언니'를 집필한 김규완 작가는 드라마에 영화 '메멘토'를 방불케 하는 시간의 설정을 가미해 전에 없던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었다. 정이현(성유리)의 '해리성 기억장애'는 극의 개연성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며 주말극답지 않은 완성도를 표현해냈다.


유준상의 '밥심', 정이현의 '포토그래픽 메모리', 갈소원의 "그랬어유~"는 극의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김갑수 이효정 한상진 정석용 조미령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 역시 극을 밀도 있게 끌고 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햇빛 쏟아지다' '봄날'을 연출했던 김종혁 PD의 영상미는 '출생의 비밀'을 재미있게 보는 요소였다.

반면 '백년의 유산'은 최근 방송한 드라마 중 '막장의 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었다. 첫 방송부터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이 며느리 민채원(유진)을 정신병원에 가두더니 개연성 없이 무조건 며느리를 학대하기만 하는 방영자의 모습이 등장했다. '키위 알레르기' 불륜 사건은 시청자들도 하여금 "에이, 말도 안돼"라는 말을 절로 나오게 했다. 알레르기를 앓으며 쓰러진 민채원을 안고 있는 이세윤의 사진을 찍고 이들을 불륜으로 몰고가는 것. 거기다 이세윤은 총각이 엉뚱한 불륜으로 오해를 받았지만 이렇다할 대처도 하지 못하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뿐만 아니다. 채원의 새어머니 양춘희(전인화)는 세윤의 친어머니였고 김철규(최원영)와 방영자는 마지막회가 다가오자 갑작스레 죄를 뉘우치고 새사람이 됐다. 그리고 엄팽달(신구)이 "니들이 국수 맛을 알아?"라고 외치며 막을 내렸다.


사진캡처=SBS
시청률 VS 작품성 대리전 양상

그래서 이들의 맞대결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백년의 유산'은 개연성 없는 전개가 계속 될 때마다 '백년의 유산' 시청률은 '점프' 했다. 반면 '출생의 비밀'은 비밀이 한가지씩 밝혀지며 보는 이들을 감탄케 했지만 시청률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물론 '백년의 유산'도 호평 받은 부분은 있다. 개연성 없는 방영자 캐릭터는 박원숙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호응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보석 전인화 박영규의 삼각관계 연기는 중년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마홍주(심이영)와 김철규의 호흡 역시 속이 시원하다는 평을 받았다. '을'인 배우의 입장에서 대본이 막장이라고 '나 이거 못해'라고 하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막장' 내용도 시청자들이 보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는 프로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출생의 비밀'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역시 쉽지 않은 스토리는 끝까지 작품의 발목을 잡았다. 중년층이 주시청층인 주말극 시간대에 미스터리 스릴러를 방불케하는 복잡한 내용은 끝내 호응을 얻지 못했다. 마지막회까지 '페이퍼 컴퍼니' '비자금 수사' 등 어려운 문제를 풀어놨다.

한 방송 관계자는 "'막장'드라마는 이제 마치 한국 드라마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이런 스토리면 이정도 시청률은 보장한다는 식이다. 스토리의 파괴력을 인정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드라마의 퀄리티까지 '안좋다'고 치부해버리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나름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