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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이례적 흥행 돌풍 이유는?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06-09 15:15 | 최종수정 2013-06-10 06:39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전부터 8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5일 개봉 첫 날 49만 7560명을 불러모으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이언맨3'가 갖고 있던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와 '도둑들'의 역대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모두 넘어선 결과다. 이어 36시간 만에 100만, 72시간 만에 200만 고지를 넘어섰고, 8일 하루 동안 82만 520명을 운집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 5일째인 9일 오전, 300만 관객을 가볍게 돌파했다. 그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관객 수가 증가하고 있고, 예매율 순위에서도 61.7%로 1위를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흥행 열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사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이 예측됐던 결과는 아니다. 오히려 개봉 전에는 위험부담이 상당한 작품으로 꼽혔다. 장철수 감독의 첫 상업 영화 연출작인데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웹툰' 1위로 꼽히는 원작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배우진을 살펴봐도 김수현 박기웅은 첫 주연 도전이었고, 이현우는 스크린 정식 데뷔작이라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경쟁작과 비교했을 때 스케일도 달랐다.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스타트렉 다크니스'와 앞으로 개봉할 브래드 피트의 '월드워Z'까지 막대한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영화인데 반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손익분기점이 220만 관객인 중형 영화였다. 여러모로 약점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스타트렉 다크니스',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를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첫 번째로 팬덤의 힘이 컸다. 김수현 이현우 박기웅 등 '꽃간첩 3인방'은 여성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초반 인기몰이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건 무대 인사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배우진은 이례적으로 빡빡한 무대 인사 일정을 소화했다. 5일부터 9일까지 서울과 인천에서 30회, 15일과 16일 양일간 부산과 대구에서 22회에 걸쳐 무대 인사를 진행했다. 6월은 대학생들의 기말고사가 시작되는데다 평일 오후 시간대는 직장인들이 극장을 찾기 어려운 타이밍이다. 극장 주 타겟층인 2030 관객층이 영화를 관람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른 영화에 비해 1.5~2배 정도 많은 무대 인사 스케줄을 진행했음에도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모든 회차가 매진돼 눈길을 끌었다.


단체 관람도 이어지고 있다. 홍보사 딜라이트 관계자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특별 활동으로 반 단위 단체 관람을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 팬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팬덤은 가족도 움직였다. 영화 정보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위대하게 은밀하게'는 남성(36%)보다 여성 관객(64%)의 비율이 높았고 의외로 40대 이상(45%) 관객이 가장 많았다. 팬덤이 집중된 10대는 7%에 그쳤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맥스무비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개봉 첫 주(5일~9일) 30대 이상 예매 관객 중 설문에 응한 1만 1156명의 동반 관람자를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녀 동반이 45%로 가장 많았고 연인 혹은 부부(28.1%), 기타(16.2%), 친구(5.1%), 부모(5%) 순으로 나타났다. 각 항목을 세분화해보면 더 흥미롭다. 자녀 동반한 사람 중 딸 동반은 83%, 딸·아들 동반은 12%, 아들 동반은 5%로 조사됐다. 딸을 동반한 가족 관객이 95%란 말이다. 기타 응답자도 대부분 자녀를 대신해 예매한 남성 관객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자녀 성별을 물은 결과 딸이 97%, 아들은 3%로 집계됐다. 결국 10대 팬덤이 부모님의 지갑을 열어 영화 흥행을 주도한 셈이다.



다음으로 똑똑한 배우들과 감독의 꼼꼼한 연출이 원작 팬덤을 흡수했다. 리메이크작은 캐스팅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많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나 KBS2 '꽃보다 남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싱크로율 높은 배우를 섭외한 것은 물론, 배우들도 무리하게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이현우는 "전체적으로 웹툰 속 리해진을 최대한 영화로 끌고 가려고 했다. 내가 혹은 독자가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을 영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가깝게 매치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별화를 두지 않고 싱크로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결과 원작 팬들도 '웹툰을 잘 살린 괜찮은 영화'(맥스무비, 추억의바다), '캐스팅 배우의 싱크로율이 적절히 잘 배정된 것 같아 몰입하기 좋았다'(네이버 블로그, hyo****)라는 등 호응을 쏟아냈다. 이처럼 원작 팬들이 블로그나 SNS를 이용해 긍정적인 리뷰를 남기면서 일반 팬들의 호기심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열기에 해외에서도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수현이 '해를 품은 달'이 일본에서 방영되며 인기를 끌고 있어서 그런지 일본에서 높은 호응을 보내고 있다. 일본에서는 단체 관람을 하러 관광 오는 팬들도 있을 정도다. 이 밖에도 러브콜을 보내는 지역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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