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싸이, '반미 랩'에 미국 내 인기 한풀 꺾이나?

미국 CNN이 '국제 가수' 싸이의 '반미 랩'과 관련해 상세히 보도했다.

싸이 신드롬 이대로 끝나나?

거칠 것 없이 질주하던 국제 가수 싸이가 '반미(反美) 랩'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미국 연예 전문 매체인 '미디어아이트'는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가수 싸이가 지난 2004년 이라크인을 고문하고 죽이는 미군을 죽이자는 랩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이후 CNN, 워싱턴포스트, 뉴욕 매거진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이 싸이의 '반미 랩'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며 논란이 커졌다.

이에 싸이는 한국과 미국에서 정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가 싸이의 미국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미국 ABC 방송이 '스캔들, 강남스타일'이라는 타이틀로 '반미 랩'에 대해 보도했다.

'반미 랩' 어느 정도 이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 곡은 지난 2004년 넥스트 신해철이 발표한 '디어 아메리카'. 신해철은 선교사 김선일 씨가 이라크 무장괴한에 피랍돼 무참히 살해당하자 파병을 반대하고 전쟁을 초래한 미국을 강렬한 어조로 규탄하는 내용의 '디어 아메리카'를 무료 음원형식으로 발표했다.

이 곡에서 싸이는 김진표, MC 스나이퍼와 함께 랩을 했는데 그 가사가 '이라크 포로를 고문한 양키를 죽이자, 고문을 지시한 양키를 죽이자, 그의 딸과 엄마, 며느리, 아버지를 죽이자, 고통스럽게, 천천히'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02년 싸이가 신해철과 함께 한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오프닝 공연도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두 한국 여중생이 미군 탱크에 치여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싸이는 미군 탱크 모형을 들고 나와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포퍼먼스를 선보였다.

싸이, "반미가 아닌 반전 시위였다. 사과도…"

논란이 커지자 싸이는 바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입니다. 저는 인생의 짧지 않은 시간을 미국에서 보냈으며 한국 및 전세계의 자유 및 민주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당한 미군을 인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사과를 시작한 싸이는 '8년 전 제가 공연한 곡은 전세계 사람들이 그 당시 공감하고 있었던 반전 시위의 일부로 이라크 전쟁 당시 포로가 되어 희생당했던 무고한 시민들 및 장갑차 사건으로 숨진 2명의 한국 여학생에 대한 깊은 애도 표출의 일부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어떠한 단어가 적절한지에 대한 제한이 있음을 배웠으며 노래의 가사가 어떻게 해석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느꼈습니다'라며 '제가 사용했던 과도한 단어들로 인해 받은 상처에 대해서 저는 영원히 죄송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싸이의 소속사 관계자는 "당시 반미가 아닌 반전 시위였다. 또 애도에 대한 표현이었는데 이를 마치 반미로만 현지에서 확대 해석되는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며 "당시 공연 자체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과도한 단어를 사용해 어느 누구라도 상처를 받게 했다면 그런 여지를 둔 부분에 대한 사과였다"고 밝혔다.

싸이 신드롬, 이어질 수 있을까?

싸이의 '반미 랩' 논란은 지난 10월 CNN리포트 등 일부 매체에 의해 이미 기사화 된 바 있다. 그동안 큰 주목을 끌지 못했던 일이 갑자기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싸이가 9일 워싱턴DC의 백악관 근처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공연에 게스트로 초청받았기 때문. 미국 언론들은 '반미 랩'을 한 싸이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귀빈들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노래를 불러도 되는지 자격 문제를 들고 나왔다.

미국 네티즌들도 즉각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백악관 사이트에는 싸이를 초청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청원운동이 벌어졌고, 500명 넘게 서명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이 글이 특정인을 적대시해서는 안된다는 조건과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를 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예정대로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관심은 '반미 랩'이라는 암초를 만난 싸이가 앞으로도 미국에서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리게됐다.

당장 인기 전선에 먹구름이 끼는 것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ABC-TV가 8일 '굿모닝아메리카'를 통해 '스캔들, 강남스타일'이라는 제목으로 싸이 사태를 상세히 다룬 것을 비롯해 미국 언론들이 싸이 흠집 내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싸이가 이번 논란을 겪으며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싸이 측이 즉각 사과를 하며 논란이 더욱 확대되는 것을 막아냈다"며 "무엇보다 미국 내에서도 당시에 반전 움직임이 있었던 만큼 싸이의 '반미 랩'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 위안거리"라고 밝혔다.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이번 논란은 싸이에게 분명 악재이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행적도 중요시될 만큼 미국내에서 입지가 커졌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며 "암초에 직면에 싸이가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지켜볼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