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청룡의 여신이 탄생했다.
공부에도 관심 없고, 고교 시절 본 연극 '리어왕'에 감명받아 연기를 시작했다던 임수정이 빛을 발하기 순간은 청룡과의 만남 이후부터다. 2003년 23세의 나이에도 동안 미모를 뽐내며 영화 '장화, 홍련'에서 여고생 수미 역을 따냈다. 수미는 계모(염정아) 밑에서 망상에 시달리는 가운데에도 동생(문근영)까지 챙겨야 하는 여고생. 청아한 목소리와 섬뜩한 표정 연기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제2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후로는 승승장구였다. 2004년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은채 역을 맡아 소지섭과 호흡을 맞췄다.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 밥 먹을래, 나랑 잘래. 나랑 잘래, 나랑 죽을래"라는 불후의 명장면을 남긴 이 드라마를 통해 임수정은 여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한층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진가를 발휘했다.
사실 임수정이 '연기력 논란'에 휘말린 적은 없었다. 흥행 면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년, 16만 3227명)', '…ing(2003년, 48만 3828명)',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년, 73만 9471명)',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년, 6만 6233명)'를 제외하면 '장화, 홍련(2003년, 314만 6217명)', '새드무비(2005년, 106만 6765명)', '각설탕(2006년, 144만 6820명)', '행복(2007년, 123만 9789명)', '전우치(2009년, 613만 6928명)', '김종욱 찾기(2010년 113만 638명)' 등은 모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진 못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멜로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긴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청순파 동안미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던 탓인지 지나치게 극적인 캐릭터만을 선호했다. 캐릭터와 이미지의 부조화는 대중으로부터 큰 공감대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결국 2007년 '행복' 이후로 연기 인생 1막을 마무리한다며 2년간의 공백기를 갖긴 했지만 이후로도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모 화장품 CF 광고가 더 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180도 달라졌다. '동안미녀', '청순파 배우'의 대표 명사였던 임수정이 솔직 당당한 독설가 정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노브라에 하의 실종 패션으로 카메라 앞에 섰고,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냈다. 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외로움, 그로 말미암은 수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기복을 속 시원하게 풀어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혼인 그가 유부녀 연기를 하면서 공감을 받았다는 것은 여배우로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청룡도 임수정의 손을 들어줬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