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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남자 강마루(송중기)는 전대미문의 동네 레전드 한재희(박시연)에게 첫눈에 반해 버렸다. 마루에게 재희는 동네 아는 누나에서 매우 친한 누나가 됐고, 좋아하는 누나에서 사랑하는 여자가 됐다. 강마루는 아무리 예쁘고 돈 많은 재벌집 딸래미가 작업을 걸어와도 단칼에 거절했다. 그렇게 강마루는 한재희가 아니면 안 되는, 재희에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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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자신의 희생이, 사랑이 돈으로 치환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그녀가 밉고 원망스럽다. 그러나 차칸남자는 10억을 돌려주고 재희를 기억속에서 지우려 했다. 한편으론 한재희의 과거를 알고 그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재희가 공갈협박으로 10억원을 갈취 당했다면서 자신을 고소했단다. 경찰서에서 재회한 마루와 재희. 두 눈 똑바로 뜬 채, 입에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재희에게 할 말을 잃은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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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수목드라마 '차칸남자' 1,2회에선, 전도유망한 의대생 강마루를 '착한남자'와 '사랑'이란 이름하에 밑바닥까지 추락시켰고, 미움과 분노, 후회와 열등감 등이 집약된 '나쁜남자'와 '복수'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이제 시청자는 알기 쉽게 설명되고 비교적 잘 짜여진 차칸남자 1,2회를 바탕으로, 나쁜 남자 강마루의 본격적인 복수타임을 즐기면 된다.
그렇다면 차칸남자 복수타임에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차칸남자 2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서은기와 한재희의 돌직구 퍼레이드였다. 적대적관계인 두 여자는 상대의 약점을 추궁하고 들춰낼 때 거침없이 돌직구를 뿌렸다. 비아냥을 담은 '한재희씨'가 입에 붙은 은기는 재희에게 경멸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그때마다 은기를 애송이 취급하며 무시하는 재희도 만만치 않다. 재희의 돌직구 대사처럼, 태산그룹 경영승계를 둘러싸고 "내가 이기고 니가 죽던가, 니가 이기고 내가 죽던가."의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다.
이렇듯 여주인공 서은기-한재희의 극한 대립과 독설대결은 통쾌하고 시원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들의 독설은 순간이 줄 수 있는 말초적 재미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극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드는 원흉이 된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흥이 있으면 망이 있다. 상반된 요소가 대비를 낳는 동시에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차칸남자 여주인공 캐릭터는 서로 닮아가는 언행으로, 누가 더 나쁜 여자인지 대결하는 모양새다.
시청자가 누구의 편에서 몰입해야 할 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분명 한재희는 마루를 몰락시킨 나쁜 여자인데, 한편으론 아픈 과거를 겪은 그녀이기에 마루에게 한 행동을 이해할 수도 있다. 또한 서은기는 성격이 모난 게 확실하고 베이스가 착한 것도 아니라서, 재희보다 불쌍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재희의 돌직구에 당황하는 모습이 통쾌할 정도다. 즉 서은기의 캐릭터자체는 매력적이나 정통 멜로 여주인공으로는 모호하다.
두 나쁜 여자사이에 착한 남자 강마루마저 나쁜 남자를 선언한 상황이다. 졸지에 드라마 '차칸남자'는 나쁜 남녀들만 뭉친 꼴이 됐다. 현재로선 극의 분위기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악이 아닌 선한 측면에서, 극의 톤을 유연하게 중화시켜줄 여주인공이 차칸남자는 절실해졌다. 그래서 차칸남자 강마루의 복수타임에 가장 필요한 건, 독하되 통쾌한 돌직구보단 어두운 극의 분위기를 환하게 감싸줄 착한 여주인공인 셈이다.
다행히 마루가 착한남자에서 나쁜남자로 변신했기 때문에, 캐릭터의 궁합상 서은기가 나쁜여자에서 착한여자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경희작가의 전작 '미안하다 사랑한다' 은채(임수정)에서, '이 죽일놈의 사랑' 은석(신민아)을 거쳐, '차칸남자'의 은기(문채원)라는 여주인공 캐릭터가 태어났다. 은채->은석->은기로 갈수록 여주인공은 상대적으로 다크하게 진화했다. 그러나 멜로의 여주인공은 '착하다'가 베이스로 깔려야 통한다. 김정훈(데니안)을 사랑해서 마약혐의를 뒤집어 쓴 은기로는 부족하다. 과연 서은기는 차칸남자속에 매력적인 차칸여자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시청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