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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이 남긴 '품격들'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8-13 09:27 | 최종수정 2012-08-14 08:23


'시크릿 가든'의 시청률 최고 기록 35.2%(AGB닐슨 기준)를 능가하진 못했다. 12일 23.5%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신우철 PD 콤비의 내공은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해에 비해 안방극장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환영받지 못했지만 그 틈에서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만은 제대로 '잇속'을 챙겼다.

내놓았다 하면 예외 없이 흥행에 성공하며 이제는 익숙함을 넘어 식상함의 단계로 접어든 듯한 '김은숙표 로맨틱 코미디'라는 비판을 들을 만도 한데,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은 여전히 명불허전임을 자랑했다. 40대 꽃중년들을 등장시켜 로맨틱 코미디의 시청층을 더욱 확대시킨 '신사의 품격'이 남긴 것들을 살펴봤다.


사진제공=화앤담픽처스
에피소드의 품격

'신사의 품격'은 김은숙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인물구도가 새롭다. 주인공 남녀의 사랑에 중점을 뒀던 과거와 달리 '신사의 품격'은 불혹을 넘긴 중년 남성 네 명을 등장시켜 매회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형식을 취했다.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를 표방하고 나선 드라마는 마흔 한 살 꽃중년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우정을 그려냈다. '신사의 품격'이 뜨거운 인기를 모았지만 작가와 PD의 전작인 '시크릿 가든'에 비해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같은 형식에서 찾을 수 있다. 큰 줄기를 이루는 갈등보다 이들 네 명의 꽃중년들이 만들어가는 일상을 다채롭게 꾸며낸 것은 일종의 신선한 도전에 해당한다.

배우들의 품격


"'신사의 품격'은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제 이름을 찾게 해준 작품이다. 저를 김종민으로 착각하신 분들도 계셨다." 극중 변호사 최윤 역을 맡은 김민종은 오랜만에 안방극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도 중년에 접어든 그는 극중 17살 어린 임메아리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최윤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됐다.

또 카리스마 있는 배우로 인식돼온 이종혁은 철부지 바람둥이 캐릭터를 코믹하게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김정난 역시 '청담 마녀'라는 닉네임을 가진 박민숙 역을 맡아 뜨거운 인기를 모으며 '신사의 품격'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또 '신사의 품격'은 윤진이라는 신데렐라를 탄생시켰다. 드라마 첫 출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윤진이의 발견은 '신사의 품격'이 낳은 최대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제공=화앤담픽처스
장동건의 품격

'신사의 품격'은 스크린 스타 장동건을 브라운관 스타로 돌려놓은 작품이다. 1990년대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마지막 승부' '의가형제' '모델' 등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장동건은 2000년 방영된 '이브의 모든 것' 이후 브라운관을 떠나 오랫동안 충무로를 주무대로 활동해 왔다. 특히 그는 '친구' '해안선''태극기 휘날리며' '태풍' 등 영화에서 주로 선 굵은 역할을 도맡아왔다.

'신사의 품격'을 통해 12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그는 이미지 변신에 확실히 성공했다. 허당스러운 면모를 드러내는 김도진 캐릭터를 위해 그는 다소 코믹스러운 장면까지도 스스럼없이 소화했다. 특히 전파성이 강한 TV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가 친밀감을 높였다. 이는 앞으로 톱스타들의 행보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PPL의 품격

지난달 종영한 SBS '추적자 THE CHASER'는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지만 생각만큼 높은 광고 수익을 내진 못했다. 반면 '신사의 품격'은 매회 광고를 완판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광고단가가 편당 1546만원 선으로, 전체 20회를 기준으로 볼 때 광고 총매출은 최소 89억 6000만 원에 이르게 된다. 또 간접광고(PPL) 수익도 엄청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부 장면에서 PPL이 과도하게 노출돼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작품의 분위기와 시장 상황 등에 따른 엇갈린 성적일 수 있겠지만 지나친 상업논리가 앞설 경우 작품 자체가 갖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배우들의 출연료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얘기가 또 다시 회자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신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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