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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스타, 日심기 건드리면 안된다? '각시탈'로 본 한류의 흑역사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2-05-24 15:19


KBS2 '각시탈' 사진제공=KBS

'적도의 남자' 후속 KBS 새 수목극 '각시탈'은 지난 2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 이례적으로 김인규 KBS사장이 참석할 정도로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작품이다. 김사장은 이날 "두번째로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찾았다. 첫번째가 '추노'고 두번째가 '각시탈'이다"라며 "예정대로라면 이 드라마는 광복절 다음 날에 마지막회를 방송한다. 종영 때 시청자들이 '만세'를 부를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드라마는 극중 항일 설정들 때문에 캐스팅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한류 스타들, 일본 눈치본다?

일제 강점기를 다뤘다고 캐스팅이 힘들었다는 말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분은 한류스타들의, 특히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류스타들의 말못할 고민이다. 일본에서 한류가 커가면 커갈수록 이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드라마가 기획되는 경우가 많을 때는 더욱 그렇다.

'각시탈'의 연출을 맡은 윤성식 PD는 이날 캐스팅에 대해 담담히 털어놨다. 그는 "지난 해 12월부터 캐스팅을 시작했지만 섭외에 어려움이 있었다. 당초 주인공 이강토(주원) 역은 30대 초중반으로 설정돼 있었다. 하지만 한류를 염두에 둔 배우들이 출연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힘이 들었다"며 "어려움을 겪다가 느낀 것이 '이제 새로운 인물을 스타로 만들 때가 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설정을 20대 초중반으로 바꿨고 그 때 눈에 띈 것이 주원이라는 배우였다"고 전했다.

이것은 비단 '각시탈'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각시탈' 이외의 시대극이 기획되지 않는 분위기인 것도 대체로 이런 경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태희가 7년 전 독도 발언을 빌미로 일본에서 출연한 CF 제작발표회까지 불참하게 된 일이 발생한 후 이른바 한류스타들의 일본 눈치보기는 더욱 심해졌다. 한 드라마 제작사의 제작PD는 "요즘처럼 드라마 시청률이 10%안팎에 머무는 경우에는 해외 수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해외에서 통하지 않을 소재를 차용하는 것은 기피하는 분위기다"라고 귀띔했다.


KBS2 '각시탈'의 주연을 맡은 신현준(왼쪽)과 주원.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
배우가 연기에 욕심을 내야지

'각시탈'에서 이강산 역을 맡은 배우 신현준은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나는 초반에 캐스팅돼 있어서 '각시탈'이 일제강점기를 다뤘다는 문제 때문에 이강토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다는 말을 나중에야 들었다"고 말한 그는 "배우가 역할이나 연기에 욕심을 내야지 그런 것 때문에 연기를 안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주원에 대해서는 "그런 면에서 주원은 정말 훌륭한 친구인 것 같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주원 역시 "한류 때문에 부담이 된다는 생각은 안해봤다"며 "현재까지의 나는 다른 것보다는 작품이나 연기의 폭을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런 고민을 했던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시탈'은 한국인이라면 관심있게 볼만한 시대극이다. 게다가 요즘 인기 있는 영웅을 다루고 있어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작품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신현준의 말처럼 한국 배우가 일본에서의 돈벌이에 급급해 시대극 출연을 꺼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국 배우로,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일본에서의 입지가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출연을 거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나. 그렇게 따지면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을 다룬 사극도 출연 못하고, 대몽항쟁을 했던 고려를 다룬 드라마도 불가능하다. 로맨틱 코미디만 출연하는 배우들만 남겠다"고 자조섞인 말을 했다. 무엇이 먼저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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