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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형제들'은 왜 '밉상 드라마'가 됐나?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09-18 11:27


'오작교 형제들' 방송화면 캡처

KBS2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이 위태로운 외줄타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불륜과 살인 같은 억지 설정이 전면에 있는 '막장' 코드가 아님에도 불편한 시선을 떠안고 불안한 항해를 하고 있다. 더욱이 시청률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불안함이 더해간다. KBS 주말극은 전통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해왔다. '엄마가 뿔났다' '솔약국집 아들들' 등 시청률 40%대를 넘어서며 흥행 대박을 기록한 작품들이 많았다.

결국 '오작교 형제들'은 방송 초반부터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이 드라마는 여자주인공 백자은(유이)이 실종된 아버지의 유일한 재산인 오작교 농장을 다시 찾기 위해 황씨부부(백일섭-김자옥)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황씨부부의 네 아들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면서 전형적인 홈드라마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고영탁 KBS 드라마제작국장은 "사는 게 힘들고 지칠 때 가족은 항상 큰 힘이 된다. KBS 주말극은 지친 삶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S 주말극은 온가족이 시청하는 주말 저녁 시간대 방영이라는 점을 들어 자극적인 설정을 가능한 배제해온 측면이 크다.

문영남 작가의 '수상한 삼형제' 등 몇몇 작품이 불륜 등 '막장' 코드를 집어 넣어 시청자들을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밉상'이나 '민폐' 등 캐릭터 논란이 주를 이뤘다.

'오작교 형제들' 역시 억척 엄마 박복자(김자옥)의 캐릭터와 일부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박복자와 백자은(유이)의 대결구도가 설득력 있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큰 것이다. 사연이야 어찌됐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아버지의 유일한 자산인 오작교 농장을 찾으러 온 자은에게 박복자가 가하는 멸시가 지나치다는 것. 심지어 시련에 빠진 친구의 딸을 거둬줘도 시원찮을 판에 자신들의 재산을 뺏기는 게 두려워 자은을 냉대하는 황씨 가족들은 시청자들은 '막장 가족'이라고 비아냥대는 형국이다.

자은과 러브라인을 형성하게 될 황씨부부의 셋째 아들 황태희 역을 맡은 배우 주원은 "주인공에게 딜레마가 많으면 많을 수록 이야기는 재미있어 지는 것 같다. 자은이라는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많은 시련들을 던져주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갈등을 기본으로 하고 이것이 극으로 달할 때 재미를 불러일으킨다는 작법을 따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이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TV 드라마에서 과도한 설정이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전개는 한순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악수가 되고 있다.

KBS 주말극은 MBC가 주말극 시간대를 옮긴 후부터 시청률이 떨어지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 이는 결국 드라마 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것이 된다.

'오작교 형제들'은 20%대 초반의 시청률로, 아직은 성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과거의 명성에 비해 순탄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오작교 형제들'이 가슴 따뜻한 홈드라마의 기운을 뿜어내며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전작 '사랑을 믿어요'와 같이 중박 수준의 흥행 결과에 만족하는 작품으로 남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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