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공연리뷰] 노년의 희망을 솔직하게 그린 연극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1-09-18 11:05


◇연극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이현순 손봉숙 지자혜. 사진제공=극단 산울림

내일엔 또 내일의 태양이 뜨듯 스무살의 삶이 있고 60대의 삶이 또 있다.

지난해, 황혼기 남자들의 일상을 리얼하면서도 정감있게 담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을 선보였던 윤대성 작가-임영웅 연출 콤비가 이번엔 비슷한 연령대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5일 홍대앞 산울림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이다. 환갑을 넘긴 세 여고동창생들이 주인공이다. 제목은 미국 민요의 대가 포스터의 '꿈길에서'에서 따왔다.

스토리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흘러간다. 남편을 먼저 보낸 혜숙, 남편 병수발을 하고 있는 옥란, 남편을 잃은 뒤 연하의 홀아비와 제 2의 살려고 하는 재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이 그러했듯 이 연극 역시 보통 여자들이 겪는 일상사의 희로애락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여고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깔깔 대기도 하고, 남편과의 애증을 회상하며 회한에 젖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나이든 자신의 처지에 체념하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용기를 잃지 않는다.

자칫 무겁고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이 연극의 큰 미덕이다. 힘 빠지고 별 낙이 없는 노년의 삶을 카메라가가 비추듯 있는 그대로 다 노출하면서, 거기서 행복과 기쁨을 찾으려는 그들의 모습 역시 과장없이 보여준다. 자식과의 갈등, 사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에서 "그 나이에 그게 돼?"라는 대사를 통해 노년기의 섹스까지 모든 화두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나이대만 다를 뿐 젊은이들의 고민과 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얻는다. 특히 "사랑하면 왜 꼭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는 옥란의 대사를 통해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노라'라는 인생의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베테랑 배우들이 소극장 무대를 가득 메운다. 손봉숙이 재분, 이현순이 혜숙, 지자혜가 옥란 등 3명의 친구를 연기하고 윤여성이 재분의 연인으로 나선다. 10월9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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