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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남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시즌이다. 대망의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을 향한 마지막 관문. 이제 6강을 거쳐 올라 온 부산 KCC, 수원 KT 두 팀은 정규리그 1, 2위의 4강 직행 '메리트'를 부러워할 여유도 없어졌다. 4강전에서 똑같이 3선승제 승부를 치러 살아남는 자만이 마지막 무대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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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와 KT의 4강전은 최고의 창과 방패 용병 매치업이다. KT 신인 패리스 배스(29)는 올 시즌 최고의 공격무기였다. 정규리그 평균 25.4득점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배스는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전에서도 4차전 평균 33득점, 17리바운드로 4강행을 선도했다. 배스의 6강 4경기 평균 득점은 29.3득점. 극심한 체력적 부담에도 정규리그 기록을 훨씬 뛰어넘어 더 무섭게 진화하는 중이다.
이에 맞서는 LG의 아셈 마레이(32)는 최고의 '리바운드 제왕'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 평균 14.4리바운드로 리바운드상을 수상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KBL리그에 데뷔한 2021~2022시즌부터 지금까지 3시즌 연속 리바운드 랭킹 1위를 달려왔다. LG가 두 시즌 연속 정규 2위로 4강에 직행한 것도 마레이를 빼놓고 논할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마레이는 독을 단단히 품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서 다쳐 4강 코트를 밟아보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리그 중반 부상을 했지만 조상현 감독이 1년 전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특별관리를 한 덕에 온전하게 한국 진출 첫 PO를 치르게 됐다. 두 용병은 보이지 않는 변수와도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스는 6강전에서 교묘한 트래시토킹과 상대 자극으로 '여우같은' 기싸움 능력을 발휘했다. 마레이는 올 시즌 들어 한결 유순해졌다고는 하지만 과거 자주 흥분하는 '예민함'때문에 애를 먹인 적이 있다. 배스의 '수'에 말려들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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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선수지만 사실상 용병인 KCC 라건아(35)는 KBL리그 역대 용병 가운데 최고의 경력을 자랑한다. 2012년 현대모비스에서 국내 무대 데뷔한 그는 무려 13시즌 연속 장수 선수로 뛰며 통산 최다 리바운드, 외국선수 최다득점(이상 정규리그 기준) 기록을 세운데 이어 이번 4강전에서 외국선수 PO 최다 출전 기록까지 갈아치울 태세다. 그런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현대모비스 시절 '황금기'를 함께하면서 챔피언 반지를 4개나 획득했고, 외국선수 MVP 최다 수상(3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4강전에서 맞서는 디드릭 로슨(27)은 라건아에 비하면 '떠오르는 별'이다. 2020~2021시즌 고양 오리온(현 고양 소노)에서 데뷔한 그는 지난 시즌 데이원의 4강 투혼을 이끌며 주가를 끌어올린 뒤 올 시즌 DB로 이적해 만개했다.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주역으로 맹활약하면서 생애 첫 외국선수 MVP를 거머쥐었다. 이번 4강전에서 용병 MVP 신-구대결이 펼쳐진 셈이다. 지난 15일 1차전에서는 베테랑 라건아의 완승이었다. 라건아는 34득점, 19리바운드의 맹위를 떨치며 95대83 완승을 이끌었다. 로슨은 팀 동료들이 경기감각을 회복하지 못한 바람에 고군분투하며 27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 완패를 막지 못했다. KCC 전창진 감독은 "라건아가 PO 시즌에 맞춰 놀랄 정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PO 경험이 많아서인지 승부사 본색을 드러낼 때를 아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정규리그에서 최고의 승부사는 단연 로슨이었다. '뜨는 별' 로슨이 라건아의 노련미에 당하고만 있을 리 없다. 4강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