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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잇몸으로 버텨야."(이상범 DB 감독)
이미 운동장은 기울어 있는 듯 보였다. 2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와 원주 DB의 경기 시작 전 분위기가 그랬다.
갈 길이 먼 DB는 악재 투성이였다. 베스트 멤버 두경민을 잃었다. 두경민은 앞서 열린 수원 KT전에서 무릎 부상을 해 내년 1월 2일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여기에 부상 회복 중인 이선 알바노와 드완 에르난데스는 출전시간을 조절해야 했다. 믿고 쓸 주전 멤버라고는 최근 경기력을 회복한 김종규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KGC전 6연패를 달리고 있던 DB로서는 '대이변'을 기대해야 하는 처지였다. 이상범 감독은 "잇몸으로 버텨야 한다. 나머지 선수들이 자신감과 집중력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우울하게 말했다.
결과도 그랬다. KGC는 이날 92대74로 대승, DB전 7연승을 달리며 다시 연승 모드로 가동했다. 2연패에 빠진 DB는 서울 삼성과 공동 최하위(10승16패)로 떨어졌다.
1쿼터는 DB가 예상을 깨고 그나마 잘 버틴 경기였다. 한때 11점 차까지 밀렸지만 김종규의 분투를 앞세워 3점 차(18-21)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마땅히 믿고 맡길 해결사가 없었던 DB는 부상 회복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식스맨 '돌려막기'를 해야 했고, 이 때문에 조직력이 떨어지면서 슈팅 미스와 턴오버를 남발했다. KGC의 슈팅 정확도도 좋은 건 아니었지만 DB가 더 심했다. 설상가상으로 DB는 2쿼터 종료 1분13초 전, 김종규가 3번째 파울을 범하며 코트를 떠난 사이 급격하게 동력을 상실했다.
이에 반해 KGC는 특급 용병 오마리 스펠맨이 2쿼터에만 21득점-8리바운드의 맹활약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여기에 배병준 박지훈 등 토종 식스맨을 투입하고도 이들의 '알토란' 활약 덕분에 승기를 잡아나갔다. 특히 배병준은 외곽슛을 물론, 결정적인 리바운드와 가로채기 등 허슬 플레이를 선보이는 등 고비처마다 활력을 불어넣었다.
3쿼터까지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KGC는 4쿼터 5분여를 남기고 사실상 승리를 '찜'했다. 주인공은 역시 스펠맨이었다. 스펠맨은 71-64로 앞서 있던 종료 7분26초 전부터 6분15초 전까지 3점슛-2점슛-3점슛의 맹폭을 퍼부으며 상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뿌렸다.
이후 굿디펜스에 이어 종료 5분32초 전에 터진 배병준의 3점포는 승리 조기 확정 '쐐기포'인 듯, 홈 경기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초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안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