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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것이죠."
사실 성적만 놓고 보면 김단비의 올 시즌 활약은 역대급이다. 신한은행에서 뛸 당시보다 경기당 출전 시간은 평균 2분 가까이 줄어든 33분 46초이지만, 경기당 득점과 리바운드는 '제2의 전성기'라 불렸던 지난 두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가장 두드러진 비교 항목은 어시스트이다. 가드가 아닌 포워드임에도 불구, 경기당 6.88개를 배달하며 본인의 역대 최고 페이스를 기록중인데다 이 부문에서 BNK 안혜지(9.81개)에 이어 2위에 위치해 있다.
이러다보니 트리플 더블이라는 대기록을 너무나 쉽게 달성하고 있다. 벌써 1군 데뷔 16년차를 맞고 있는데, 15년간 플레이오프까지 포함해 4개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지만 우리은행으로 FA 이적한 올 시즌에만 벌써 3개째 달성했다. 26일 용인실내체육관서 열린 삼성생명전에서도 이미 전반에 17득점-7리바운드-8어시스트를 달성한데 이어, 3쿼터 시작 후 3분여만에 박지현에게 어시스트하며 자신의 7번째 대기록을 순식간에 올렸다.
하지만 이날 삼성생명이 공수의 핵심 배혜윤이 무릎 이상으로 결장한데다, 이주연과 키아나 스미스가 1쿼터와 3쿼터에 각각 왼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들것에 실려나갈 정도의 큰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지는 바람에 1~2위팀의 대결임에도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났다. 게다가 김단비는 3쿼터 키아나의 슛을 막는 과정에서 블록슛을 했고, 이 과정에서 키아나가 한 발로 착지하다 부상을 입었기에 김단비의 마음은 더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본인도 뒤로 넘어져 코트에 뒷머리를 심하게 부딪혔지만, 이를 생각할 틈도 없이 쓰러져 있는 키아나를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트리플 더블 기록 달성에 대해선 "워낙 정신 없는 상황이라 기록 달성도 경기를 마치고 방송 인터뷰를 하며 알게 됐다"며 "우리은행 동료들이 전부 국가대표 선수들인만큼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패스를 하면 거의 성공시키기에 어시스트 기록이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트리플 더블 기록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팬투표 1위를 놓친 것에 대해선 당연히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팬들의 직접 뽑아주는 것이기에 김단비가 그동안 가장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대기록'이었기 때문이다. 김단비는 "언젠가는 연속 기록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신한은행에서 15년이나 뛰다보니 '신한은행=김단비'라는 생각에 표를 몰아주셨던 것 같다. 우리은행은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몰표를 받기가 역시 쉽지 않다"고 웃으며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팀을 옮겨 좋은 선수들과 같이 뛰며 또 다른 기록을 쓰고 있어서 만족한다. 또 7위이지만 올스타에 뽑힌 것이니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