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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 세이커스는 매력적 팀이다.
LG의 시즌 전략은 딱 하나다. '윈 나우(WIN NOW)'다. 프로 출범 이후 챔프전 우승이 단 한 차례도 없는 팀이다.(물론 중간에 인수된 KT와 전자랜드 등도 없지만, 프로출범 원년부터 팀을 유지한 팀 중 우승이 없는 팀은 LG가 유일하다)
기회가 있었다. 2013~2014시즌이었다.
주전 라인업 뿐만 아니라 백업 멤버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챔프전에 올랐다. 하지만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2승4패로 패배, 첫 챔프전 우승 기회를 놓치고 만다.
2014~2015 시즌은 더욱 기대가 되는 시즌이었다. 김종규가 2년 차, 챔프전 경험을 바탕으로 팀 자체가 더욱 농익어야 할 시기였다. 하지만, 오히려 LG는 퇴보했다. 정규리그 4위로 마친 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또 다시 현대모비스에게 2승3패로 분패.
단, 이때 LG는 우승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고양 오리온에게 3승2패로 겨우 승리를 거뒀고, 데이본 제퍼슨은 '애국가 사건'을 일으키면서 플레이오프 도중 퇴출됐다.
객관적 전력 자체는 좋았지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관리와 팀 전술 전략의 디테일이 부족했다. 때문에 좋은 전력을 가지고도 우승권 근처에 가지 못한 '흑역사'를 만들었다. 당시, 사령탑 김 진 감독은 이런 부분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자율형 농구' 김 진 감독의 팀 관리가 최대 약점으로 꼽혔고, 제퍼슨에 대한 너무나 과도한 의존도도 문제였다.
이후, LG는 전력 자체가 조금씩 떨어졌다. 포워드진을 책임지던 김영환 기승호 문태종 등을 트레이드하거나 놓쳤다. 결국 객관적 전력 자체가 조금씩 약해졌고, 더욱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이 상황에서 현주엽 감독이 부임했다. 현장에서는 '이해가지 않은 감독 인선'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현 감독의 지도자 자질 문제가 아니다. 충분히 잘 할 수 있고, 가능성이 있는 지도자.
여기에 현 감독의 예능 감각과 농구 인기의 기여도도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문제는, 현 감독이 코치 경험이 전혀 없는 '생 초보 사령탑'이라는 점이다. 물론, 초보 사령탑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감독이 될 가능성은 있다. 단, 확률은 희박하다. 게다가 LG는 '윈 나우'의 팀이다. 검증된 감독을 선정해도 모자랄 판에 초보 감독을 무모하게 '테스트'했다. LG 측이나 창원 팬은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도 감독 경험이 없지만, 잘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현 감독과 스티브 커 감독은 상황이 다르다. 커 감독은 단장, 해설위원 등 긴 시간을 NBA와 밀접하게 보냈다. 반면, 현 감독의 은퇴 이후 경력은 '길지 않은 해설위원' 밖에 없었다.
그래도 LG는 버틸 만 했다. 김시래와 김종규가 있었다. LG는 외국인 선수도 잘 뽑았다. 제임스 메이스, 캐디 라렌 등 리그 최상급 외국인 선수를 뽑으면서 '객관적 전력'을 유지했다.
때문에 지난 시즌 LG는 4강까지 올랐다. 단, 4강에서 전자랜드에게 3전 전패.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4강이 'LG의 극명한 한계'였다.
올 시즌 김종규를 놓쳤다. 그의 이적을 놓고 여러가지 얘기들이 있지만, 핵심은 '김종규가 현주엽 감독 체제 하의 LG와는 같이 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물론 DB가 김종규와 역대급 계약을 하면서 연봉이 인상됐다. 단, 김종규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을 받을 경우, LG에 남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LG는 9위(16승26패)로 추락했다. 현 감독도 '초보 사령탑'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라렌 의존도가 끝내 벗어나지 못했고, 팀 선수들의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내지 못했다. 결과물은 사실상 '경질'이다.
현 감독 입장에서도 '초보 사령탑'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오류들을 겪은 뒤 뭔가 해 볼만한 상황에서 팀을 떠나는 '희생양'의 측면도 있다. LG와 현주엽 감독 모두에게 '패자 게임'이 됐다.
2013~2014시즌부터 LG의 행보를 핵심만 간단히 짚어봤다.
여기에서 문제점. LG의 강점은 적극적 투자, 탁월한 외국인 선수 선택. 단, 고질적 단점이 있다. 사령탑 선임이 매우 비효율적이다. 2013~2015시즌 좋았던 객관적 전력 자체가 추락한 핵심 이유도 유능한 감독을 데려오지 못한 후폭풍이 크다. 즉, LG의 점진적 추락, 때문에 생기는 우승을 하지 못한 '굴욕'의 핵심 원인이다. 그런데, 이런 사령탑 선임의 문제가 도돌이표처럼 계속된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현 감독의 경질 이후, 수많은 소문이 떠돈다. LG 측에서는 극도로 말을 조심하고 있다. 단, 늦어도 25일 이전에는 감독 선정의 결과가 발표된다.
그들이 공개한 원칙 하나. 'A부터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자'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보면 지극히 맞는 말이다. 단, 이 말의 이면이 문제다.
도대체 LG 농구단은 왜 감독 선임을 비효율적으로 했을까.
보통 농구단은 모그룹의 오너 혹은 대표가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다. 그 밑에 스포츠단 사장, 농구단 단장, 사무국장이 감독 선임에 관여한다. 대부분, 현장의 의견과 고위 수뇌부(오너 혹은 대표, 스포츠단 사장)의 의견을 융합해 가장 효율적 결론을 도출한다. 즉, 적으면 1명, 많으면 3명 정도의 현장(단장, 사무국장) 의견이 올라가면, 고위수뇌부가 현장과 의견을 조율해 감독은 선임한다.
반면 LG는 기본적 감독 리스트 업(1단계로 모든 감독 후보군 10명 안팎을 추스리고, 2차적으로 4~6명의 명단을 만든다)을 현장에서 만들면, 고위수뇌부에서 결정하게 된다. 즉, 현장의 의견은 최소화된 채, 현장감각이 없는 고위수뇌부의 의견 비중이 훨씬 많아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혈연', '학연', '지연' 등 비합리적 요소들이 감독 선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LG의 모 감독의 경우, 단장과 같은 고교 후배라는 이유로 계약 연장이 되기도 했다. 또, LG는 구단 측 코치 1명을 코칭스태프에 선임한다는 의혹도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감독 인사는 전적으로 구단의 권한이다. 하지만 비효율적 감독 선임이 계속 이뤄지면 분명 문제가 있다. 아직 LG는 감독 선임에 한창이다. 단, 여전히 많은 소문들이 돌고 있다. '현장에서 오래 떠난 감독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거나 '모 코치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식의 루머다.
확실한 점 하나는 LG 농구단의 감독 선임 시스템이 그동안 오류에도 별다른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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