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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신인 지명 비하인드 스토리, 의심스러운 한국농구의 병폐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9-11-05 06:23


고려대 박준형. 신인 드래프트 1순위에 지명됐다. 사진제공=KBL

KBL 신인드래프트가 끝났다. 총 22명의 선수가 지명됐다.

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9 KBL 국낸신인선수 드래프트. 당연한 결과도 있었고, 의외의 지명도 있었다.

각 구단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바빴다. 과연 이면에는 어떤 계산이 서 있었던 것일까.

● 당연한 픽, 의외의 픽

일단 1, 2순위는 이견이 없었다. 박정현(고려대)과 김경원(연세대). 박정현은 대학 무대 최고 빅맨. 골밑 자원이 부족한 LG의 선택은 당연히 박정현이었다. 단, 현주엽 LG 감독은 "몸상태를 체크해 봐야 한다. 활동량이 중요하고, 실전 투입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2순위는 김경원이다. 연세대 수비의 핵심. 성실함까지 갖춘 선수로 KGC가 선택은 최선이었다. 오세근이 있지만, 뒤를 잇는 빅맨을 당연히 외면할 수 없었다.

사실, 박정현과 김경원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순번. 3순위부터가 문제였다.

삼성은 3순위로 김진영(고려대)을 지명했다. 3학년을 마치고 얼리로 나온 장신 슈터다. 1m93의 높이에 속공이 능하다. 단 68kg의 몸무게는 핸디캡. 여기에 슈팅 능력과 수비의 기본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 삼성 이상민 감독은 "잠재력을 보고 뽑았다"고 했다.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당장 프로에 적응할 지는 미지수. 4순위는 상명대 포인트가드 전성환. 어시스트 능력이 좋은 정통 포인트가드다. 그를 지명한 오리온 추일승 감독 "당장 쓸 수 있는 재목이다. 패싱력이 상당하고, 우리 팀 가드가 부족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지명이었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5순위도 파격이었다. 안양고 김형빈을 SK가 지목했다. 2m2의 큰 키에 잠재력이 뛰어난 포워드. SK의 판단 근거는 2가지. 일단 올해 실전으로 쓸 수 있는 신인 선수가 없다고 판단. 어린 김형빈의 잠재력을 보고 '미래'에 투자한 것이다. 6순위 DB는 김윤수(성균관대)를 지명했다. 대학 무대 최고의 리바운더. 이상범 감독은 "김종규와 유성호가 있지만, 1~2년 뒤에는 백업센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7순위 문상옥(중앙대)은 즉시 전력감이다. KT 서동철 감독이 지명했다. 포워드 자원이 많긴 하지만, 6순위까지 빅맨과 가드, 그리고 잠재력 높은 고졸 신인이 지명된 상황에서 가장 확률높은 선택을 한 셈. KCC는 8순위 김세창을 지명했다. 유현준 외에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가드가 필요했던 KCC 전창진 감독의 선택. 10순위 모비스의 지명도 흥미로웠다. 성균관대 박준은을 지명했는데, 1m93의 좋은 높이에 스피드를 지닌 포워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종합한 결과 10순위에서는 가장 최적의 선택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KGC에 지명된 2순위 김경원. 수비력이 매우 좋고 윙스팬이 긴 대학 최고의 수비형 센터. 사진제공=KBL
●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드래프트 현장

한국 농구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는 '학연'이다. 구체적으로 지목할 순 없지만, 그런 의심이 드는 드래프트가 2라운드에 상당히 많았다.

일부 구단에서는 전력에 필요한 알토란 같은 선수를 지명했지만, 학연에 얽혀있는 의심이 드는 선수를 지목한 구단도 있었다. 현장에서 대학 농구 전문가들이나 일부 감독들은 "뽑혀야 할 선수가 뽑히지 못하고 특정 학교 출신의 선수가 지명되는 의외의 상황이 좀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물론, 올해 신인들은 전체적으로 기량이 떨어진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실전용 선수가 많이 없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2라운드에서는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많다. 그 중 선택은 구단의 몫이다. 하지만 매년, 이런 의심스러운 장면들이 발생한다.

아예 뽑지 말던가, 한국농구 발전의 대승적 차원이라면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를 데려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학연, 그리고 아마 감독들과 프로 구단의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의외의 결정을 내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또, KGC는 '비상식적 장면'을 연출했다. 2라운드 신인 지명을 거른 채 3, 4라운드에서 임기웅(성균관대)과 박건호(중앙대)를 연거푸 지명했다. 매년 몇몇 구단이 했던 '편법'이다. KBL 국내 신인선수 관련 규정에 2라운드 선수는 최저 4000만원 최고 5000만원의 연봉이 책정돼 있고, 계약기간은 2년 이상 해야 한다. 반면 3라운드 이하 선수는 계약기간 1~2년, 연봉 3500만원 이하로 계약할 수 있다. 잠실학생체=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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