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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여자농구 해법찾기]④일본의 사례. 한국은 노력을 하고 있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12-21 21:10


한일 클럽챔피언십에서 일본 프로리그 챔피언 JX-ENEOS와 삼성생명의 경기장면. 예전 한수 아래였던 일본은 이제 한국보다 앞서 세계 무대에서 강팀과 경쟁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8강. 이젠 옛 추억이다.

한국 여자 농구는 이제 아시아에서도 강팀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다. 그 사이 일본은 세계 최강을 향해 뛰고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8강에 오른 일본은 지난 7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2017년 FIBA 아시아컵에서 호주를 누르고 2연패를 달성했다. 당시 한국은 예선전에서 일본에 56대70, 24점차로 대패했다. 현재 한국의 FIBA 랭킹은 16위. 지난해보다 한단계 하락했다. 중국은 10위, 일본은 13위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모든 것을 다하는 일본

대부분이 저변을 얘기한다. 일본은 고등학교 팀이 3000개가 넘는다. 20개에 불과한 한국과는 다르다. 하지만 예전 한국이 일본에 앞설 때도 일본엔 농구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일본은 오랫동안 1인1기의 생활체육으로 저변이 넓었다. 그러다보니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도 한국보다 좋다. 일본의 유명 대학엔 모두 스포츠부가 있고, 농구가 들어있다. 농구를 잘하면 고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 뛰어들 수도 있고,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다. 선택의 폭이 넓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좋아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았다.

일본은 성장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일본에 앞섰던 한국의 지도자를 데려왔다. 체격 조건이 다른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비슷한 한국의 장점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발전을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

일본은 또 신체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을 귀화시켜 단신의 약점을 커버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가나, 말리 등 출신과 피부색이 다른 선수들이 일본 유니폼을 입고 뛴다. 16세 이전에 국적을 취득해 일본 대표가 돼도 문제가 없고, 일본에서 학교를 다녀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대표팀의 성장을 위해 해외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치렀다. 외국팀과 많은 경기를 통해 그들과 상대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혔다. 선수들이 농구를 잘할 수 있는 지원 스태프도 한국과 비교가 안된다. 지난 아시아컵 출전 때 일본의 지원 스태프는 트레이너 2명, 매니저 3명, 비디오 분석 1명, 퍼포먼스 코치 1명, 팀 닥터 1명 등 8명이나 됐다. 한국도 트레이너 2명, 매니저 1명, 비디오 분석 1명 등 4명이 지원팀으로 나왔다. 일본은 팀닥터가 함께하며 선수들의 몸상태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다. 이러한 풍족한 지원이 있으니 일본의 실력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할 듯하다.

이런 지원엔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일본은 부자 기업이 많으니 스폰서가 자연스럽게 많을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들이 그냥 일본농구협회(JBA)에 돈을 싸들고 오지는 않는다. 협회가 각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스폰서를 구한다. 그 기업이 지원을 했을 때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실한 마케팅 방안을 내놓는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항상 지원 얘기를 하면 돈이 없다는 말만 한다. 그들도 분명 나름의 노력을 하겠지만 농구인들이 보기엔 한국 농구의 위기를 보고만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WKBL은 여자 농구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WKBL이 개최한 유소녀 농구 클럽 컵대회. 사진제공=WKBL
희망의 싹을 찾는 WKBL

한국에서도 여자 농구의 위기를 기회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WKBL은 프로리그의 발전을 위해 미래의 프로 선수인 유망주 발굴에 역점을 두고 여러가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매년 엘리트 유소녀 농구캠프를 열어 여학생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고교 엘리트 선수들 중 참가 희망 학교 선수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8월 5일 동안 캠프를 열어 기본기와 스킬 트레이닝을 가르쳤고, 프로 선수들이 일일 레슨을 했다. 오는 26일부터 5일 동안은 부산대학교에서 경상도 지역 중학교 엘리트 선수 40명을 대상으로 2차 캠프를 진행한다.

유망주들이 실력 향상을 위해 해외 캠프도 열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2주의 일정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U-16 대표 유망주 12명을 뽑아 스킬 트레이닝을 했다.

WKBL이 유소녀 농구클럽도 운영한다. 직영점 2곳, 가맹점 22곳 등 총 24개 지점에서 183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배운 학생들 중 엘리트 농구로 전환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유소녀 농구클럽 최강전이나 컵대회 등을 통해 선수들이 농구에 대한 재미를 더 느끼게끔 한다.

미래의 유망주 발굴을 위한 장신 선수 발굴 지원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초등, 중등 학년별 기준 신장 이상의 장신 선수를 선발해 기준 통과자에 한해 향후 12개월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훈련비와 용품 구입비 등을 지원하고 장신 선수에 특화된 스킬트레이닝도 한다. 올해 상반기엔 9명, 하반기엔 15명을 지원했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더 좋은 지도를 하기 위해 선수 및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WKBL은 학교 지원을 위해 연고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6개 구단이 연고지를 선정해 연고지역 내 초중고교 엘리트팀을 지원하는 것이다. 예산이나 훈련 용품을 지원하고 프로출신 지도자를 파견해 선수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골자다. 학교의 선수 스카우트를 장려하기 위해 선수 보유 인원에 따른 지원금 차등 지급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WKBL이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농구 저변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WKBL만 노력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환골탈태하는 모습이 필요하고 정부의 제도적인 도움이 절실하다. 그더이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두가 하나된 노력을 해야만 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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