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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길은 험하고도 고달프다. 김단비(27)의 어깨가 무겁다.
신한은행은 9승14패로 2위 삼성생명과 3경기 차 4위를 유지했다. 여전히 위아래 순위표가 빽빽하지만,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유일한 1패 상대인 신한은행은 휴식기 전 다시 우리은행을 만났다. 우리은행을 저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으나 47대73으로 참패하고 말았다. 이날 삼성생명도 꺾지 못했으면 후반기 출발이 꼬일 뻔했다.
김단비는 올 시즌 신한은행에서 가장 역할이 많은 선수다. '에이스'라는 수식어 아래 경기 내적, 외적인 부분까지 신경 쓸 것이 많다. 팬들도, 팀도, 동료들도 김단비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자연스레 부담감이 커진다.
시즌 초반 팀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신기성 감독도 김단비의 역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기복 있는 상황에서 김단비를 비롯한 국내 주전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조금 더 팀 전체를 생각하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도 여러 차례 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과거에 비해 기둥 역할을 한 국내 선수들이 사라졌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하은주와 신정자가 은퇴했고, 최윤아는 부상 때문에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했다. 올 시즌 복귀했으나 여전히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아직 젊은 김단비에게 '에이스' 하중이 쏠리는 이유다.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면서 가혹하게 채찍질한 결과, 김단비는 신한은행의 중심을 무겁게 지키고 있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5분28초를 뛰면서 15.43득점-6.9리바운드-3.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득점 리그 3위, 어시스트 4위로 정상급 선수로서 성적을 충실히 한다.
팀 성적이 아쉬워도, 개인 성적만 놓고 봤을 때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김단비는 여러 차례 "만족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어깨 위에 놓인 무거운 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성장통 속에서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난다면,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도 함께 밝힐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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