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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자랜드 이익수 단장(67)은 10년째 KBL을 지키는 장수 경영인이다. 그는 전자랜드 구단의 모기업 고려제강 사장까지 지낸 성공한 기업이다. 그는 오랜 기간 KBL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자랜드의 중국 전지훈련지 랴오닝성 다롄시에서 19일 만난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 농구인들이 지금 위기를 좀더 절감하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간절히 몸부림을 쳤으며 좋겠다. 아직도 몇몇은 '귀족 농구'에 젖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장은 "KBL리그가 1차적으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한 시즌 15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7년 출범한 KBL리그의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은 2011~2012시즌의 133만명(133만3861명)이다. 2015~2016시즌엔 103만명(103만905명)으로 줄었다.
이 단장은 전자랜드의 2016~2017시즌 목표 관중으로 20만명을 정했다. 전자랜드의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은 15만3746명(2013~2014시즌)이다. 그는 "목표 관중 20만명을 내 사무실에 적어 놓았다. 우리 구단 직원들 전부가 관중 세일즈에 뛰어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자랜드의 한 시즌 홈 경기는 27경기다. 경기당 평균 관중 7400명 정도를 유치해야 가능하다. 이 단장은 "우리가 노력하더라도 바로 새 시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목표가 없으면 노력을 덜 하게 된다. KBL리그도 분명한 목표를 정해야만 팬들을 한명이라도 더 경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남자농구 콘텐츠가 나쁘지 않다. 잘만 포장하면 충분히 볼만한 상품이다. 하지만 지금 처럼 한 시즌에 70억씩 비용이 든다면 지속하기 어렵다. 순차적으로 경비를 줄여야 한다. 40억~50억 대로 줄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팀 예산의 대부분이 인건비다. KBL 출범 당시 10억원(외국인 선수 포함)했던 샐러리갭이 지금은 2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물가상승까지 겹쳐 10년전 한 시즌 예산이 50억원이 안 됐지만 이제는 7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단장은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비용이 너무 많다. 대신 구단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같이 상승해야 하는데 제자리도 아니고 줄고 있다. 이래서는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농구가 예전 같은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선 토종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KBL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종 괴물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국내팬들이 기량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보러오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런 외국인 선수를 상대로 토종 선수들이 탄성을 내지를 만한 멋진 플레이가 나와야 '돈 아깝지 않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요즘 토종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력에 따라 팀 승패가 결정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토종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득점 도우미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국내 농구가 위기라는 걸 농구인들이 알고 있다면 이제 다같이 힘을 모아 돌파구를 찾고 실천해야 할 타이밍이다. 누가 해줄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다리면 정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공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롄(중국)=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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