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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3차전 대승, 오리온 두가지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6-03-12 18:57


이런 싸움에서 오리온이 뒤지지 않은 게 시리즈를 완벽히 끝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의 프로농구 4강 PO 3차전 경기가 열렸다. 모비스 빅터, 오리온 이승현, 장재석, 모비스 함지훈이 치열한 리바운드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오리온이 3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오리온은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모비스를 76대59, 17점 차로 대파했다.

3전 전승을 기록한 오리온은 2002~2003시즌 이후 13시즌 만에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다.

1쿼터=오리온의 두 가지 변화

추일승 감독은 경기 전 "정신적 해이가 가장 큰 변수"라고 했다. 적지 울산에서 2연승을 거둔 상태. 은연 중에 나오는 정신적 느슨함은 최대의 적이 될 수 있었다.

몇 가지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일단 오리온은 김동욱을 양동근의 매치업으로 붙였다. 1, 2차전에서는 발이 빠른 한호빈이 매치업 상대였지만, 2차전 초반 양동근이 거친 움직임으로 효율적인 공략을 한 바 있다. 즉, 오리온 입장에서는 김동욱을 내세우면서, 스위치 디펜스를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 그만큼 폭넓은 오리온의 포워드진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대목.

모비스는 송창용의 버저비터 3점포와 양동근의 스틸로 초반 기세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공격에서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1, 2차전에서 쓰지 않던 포워드진의 골밑 미스매치 공략이 주를 이뤘다.

헤인즈의 미드 레인지 점프슛으로 득점을 차곡차곡 모았지만, 기본적으로 헤인즈의 1대1 공격이 아닌 포워드진의 미스매치로 인한 파생 공략에 중점을 뒀다.


때문에 김동욱의 속공에 의한 최진수의 3점포가 터졌고, 이승현이 깨끗한 미드 레인지 점프샷이 성공했다. 공격 루트의 다변화를 통해 모비스 수비의 견고함을 흔드려는 작전이었다. 13-7로 앞선 오리온. 하지만 모비스는 빅터와 함지훈의 연속 2점 플레이로 추격했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은 조 잭슨과 문태종 장재석 등을 투입, 후반 체력전을 대비하는 모습. 29.5초를 남기고 오리온은 의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장재석이 빅터와 리바운드 경합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낸 뒤 풋백 득점을 올렸다. 사실 1, 2차전을 통해 모비스에게 뼈아픈 장면들이 있다. 헤인즈와 잭슨에게 많은 득점을 올리면서도 오리온의 포워드진에게는 좀처럼 득점을 주지 않았던 모비스의 수비. 하지만 저득점 상황에서 순간순간 뼈아픈 리바운드와 득점을 내줬다. 전체적인 포지션에서 높이가 떨어지는 모비스의 약점이 노출되는 장면이었다. 이런 힘 차이 때문에 모비스는 자신의 패턴으로 오리온을 끌어들이면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 부분을 모비스 내부에서는 잘 알고 있었는데, 장재석의 공격 리바운드에 의한 득점은 이런 약점을 공략당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 있었다. 반면 모비스는 함지훈을 이용한 1쿼터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지만, 장재석의 벽을 뚫지 못했다. 15-11, 4점 차 리드. 모비스가 총력전을 펼치지만, 오리온의 견고한 수비를 뚫지 못하는 모습. 게다가 오리온은 폭넓은 선수 기용으로 모비스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2쿼터=도망가지 못한 모비스

심리적 우위를 확보한 오리온. 하지만, 1쿼터 시도한 공격 다변화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었다. 공격의 정확도가 확보되지 않으면, 모비스의 강한 골밑에 역공을 당할 수 있다. 그만큼 모비스의 조직력은 무시할 수 없다.

클라크의 골밑 슛으로 시작한 2쿼터. 조 잭슨의 3점포가 튀어나오자 그대로 양동근이 속공을 성공시켰다. 이후 이승현의 돌파가 림을 맞고 돌아나오자, 모비스는 빅터가 골밑을 공략했다.

17-15, 역전. 오리온은 잭슨의 어시스트에 의한 허일영의 3점포가 있었지만, 2쿼터 5분간 단 3점에 그쳤다. 득점 효율성이 완전히 떨어졌다. 헤인즈의 페이크에 의한 슛이 빗나갔고, 잭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모비스의 공격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이다. 이 시점이 달아날 수 있는 찬스였는데, 오리온의 강한 스위치 디펜스 때문에 실제적으로 골밑 미스매치를 활용한 단순한 공격밖에 할 수 없었다. 이마저도 연거푸 실패로 돌아갔다.

오리온이 모비스의 의도대로 수비전을 치르면서도 오히려 우위를 확보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다시 오리온이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잭슨이 미드 레인지에서 점프슛을 성공시켰다. 문태종이 간결하게 스크린을 받은 뒤 곧바로 뛰어올랐다. 슛 밸런스가 완벽했다. 림을 그대로 통과했다. 이때 모비스는 송창용이 슛을 한 뒤 착지 순간, 문태종의 발을 밟고 부상을 당하는 불운도 있었다.

26-23으로 앞선 오리온은 의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잭슨이 비하인드 백패스를 했다. 헤인즈가 잡은 뒤 곧바로 골밑의 문태종에게 연결, 득점에 성공했다. 모비스의 탄탄한 수비를 2차례의 패스를 통해 완전히 흐트려뜨렸다. 즉, 오리온 공격진이 강한 인내심으로 모비스의 만만치 않은 디펜스를 침착하게 공략한 상징적인 장면.

결국 30-25, 5점 차 오리온의 리드. 더욱 중요한 것은 코트 내부에 흐르는 분위기 자체가 오리온 쪽으로 너무나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양날의 검이었던 오리온 조 잭슨은 4강에서 한층 안정적인 경기를 했다. 물론 경기 중간중간 무리한 장면도 있었지만, 확실히 상대가 부담을 느낄만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모비스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잭슨이었다.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3.12
3쿼터=오리온의 폭발

결국 3쿼터 오리온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모비스의 공격 작업이 전혀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동근의 3점포와 골밑 돌파 외에는 제대로 된 공격이 되지 않았다. 경기 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빅터와 클라크, 그리고 함지훈이 공존하지 못한다. 정규리그 때 풀어보려고 했지만, 되지 않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골밑에서 2차례의 실책을 오리온이 빠른 공격으로 역공했다.

잭슨의 패스에 의한 이승현과 헤인즈의 득점이 나왔다. 게다가 헤인즈와 잭슨이 개인기를 이용한 골밑 돌파까지 성공시켰다. 44-30, 14점 차로 벌어졌다.

견고했던 모비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준범의 사이드 3점포로 만회했지만, 여전히 오리온의 위력적인 스위치 디펜스로 인해 공격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골밑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오리온은 매우 다양한 공격루트를 사용했다. 기본적으로 잭슨과 헤인즈가 볼을 잡은 뒤 이승현과 문태종 등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파생된 공격 옵션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수비의 강한 흐름이 공격작업을 원활하게 만든 것이었다.

결국 1분12초를 남기고 잭슨의 화려한 패스가 문태종의 3점포로 연결됐다. 침몰 직전에서 모비스는 빅터의 3점포가 터졌다. 다행인 점은 11초를 남기고 함지훈의 자유투 2개가 실패한 상황에서 클라크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양동근이 버저비터 3점포를 터뜨렸다는 점이다. 56-43, 13점 차 오리온의 리드.

4쿼터=이번에도 문태종이 비수를 꽂았다.

모비스는 더욱 더 공격루트를 좁혔다. 양동근과 함지훈을 이용해 철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두 베테랑들을 이용, 공격의 집중도를 높혔다. 오리온의 파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장재석이 양동근과 자리 싸움 끝에 더블 파울,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오리온은 속공 상황에서 실책을 범했다. 잭슨이 클라크의 스크린을 받고 돌아나가는 전준범의 팔을 잡아 당겼다. 결국 오리온은 일찍 팀 파울에 걸렸다. 모비스는 전준범과 함지훈의 자유투로 조금씩 점수를 좁혔다.

8분6초 남기고, 48-58, 10점 차. 아직 오리온의 승리를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비스는 스틸에 성공했다. 완벽한 속공상황에서 전준범이 레이업 슛을 놓쳤다. 조 잭슨의 블록슛을 염두에 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잭슨이 골밑돌파에 성공했다. 모비스는 추격할 수 있는 절호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전준범의 3점포가 림을 빗나갔고, 송창용의 자유투 1개가 빗나갔다. 이 과정에서 잭슨의 무리한 드리블과 돌파가 이어지자,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로 교체했다.

모비스는 잇따라 3점포가 빗나갔다. 패턴을 통해 찬스를 만들었지만, 체력적 부담 때문에 슈팅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태였다. 빅터가 공격 리바운드에 의한 득점을 연거푸 올렸다. 하지만, 오리온 역시 헤인즈가 개인기를 이용, 연속 골밑 돌파에 성공했다. 10점 이내로 점수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경기종료 3분45초를 남기고, 오리온은 문태종이 1대1 돌파를 시도했다. 지친 송창용의 스텝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반칙 자유투, 2개 모두 성공. 이후, 문태종은 또 다시 돌파 이후 헤인즈와 절묘한 2대2 공격을 성공시켰다.

2분25초를 남기고 68-55, 13점 차의 리드를 잡는 순간.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는 장면이었다.

플레이오프 4강에서 오리온은 챔프전 진출의 자격을 증명했다. 매우 강한 인내심과 치열한 수비전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3전 전패를 당했지만, 모비스 역시 잘 싸웠다. 자신의 흐름으로 상대를 끌어들였고, 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강한 조직력과 게임 플랜으로 대응했다. 오리온은 13시즌 만에 KCC-KGC전 승자와 우승반지를 놓고 치열한 혈투를 벌인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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