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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텐진 참사'와 꼭 닮은 2015년 김동광호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0-02 12:43


2009년 텐진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2011 우한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대표팀을 맡아 작전 지시를 하는 허 재 감독. 스포츠조선 DB.

"한국이 2009년 이후 4강에 들지 못했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1일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과 이란의 8강전 결과를 전하며 이 같이 적었다. 이란이 1쿼터 초반부터 하메드 하다디를 앞세워 몰아붙인 끝에 한국을 눌렀다고 밝혔다.

2009년은 텐진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린 해다. 허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양동근 주희정 김주성 오세근 하승진 등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8강에서 레바논에 65대68로 석패했다. 3쿼터 2분40여초 전 48-38까지 앞섰지만 4쿼터 들어 5분 동안 1점도 추가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결국 동기 부여가 뚝 떨어진 한국은 다음 날 대만에도 패해 7~8위 순위 결정전까지 밀렸다. 그나마 필리핀은 제압하고 7위를 대회를 마쳤다. 역대 아시아선수권 최악의 성적. '톈진 참사'라고들 그랬다.

2015 아시아선수권.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이란과의 8강전에서 62대75로 패했다. 애초부터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싸움. 공격 리바운드를 19개나 허용하는 등 리바운드 싸움에서 24-44으로 크게 뒤졌다. 이란은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이다. 포인트가드 마디 칼라니(1m86), 스몰 포워드 니카 바라미(1m98), 센터 하메드 하다디(2m18)의 삼각 편대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슈팅가드 하메드 아파그(1m90), 파워포워드 오신 사하키안(2m)도 빼어난 기량을 갖췄다. 그렇게 한국은 순위 결정전을 치르는 신세가 됐다. 또 한 번의 굴욕이다.

원인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둘 모두 최상의 전력으로 대회 치르지 못했다. 텐진 대회 때 대표팀은 경쟁국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사령탑 자리를 놓고도 서루 미루는 모양새가 계속되며 직전 시즌 우승팀 허재 감독이 우여곡절 끝에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부상자가 많았다. 공격보다 수비에서 기여도가 높은 양희종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릴 정도였다. 주전 슈터인 방성윤은 부상에 시달렸다. 주희정도 허리가 아팠다. 대회 전 대표팀은 부상자 속출로 연습 경기조차 제대로 못했다. 연맹과 협회의 지원 자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동광 호'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도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각기 잔부상을 안고 있는 데다 매일 경기가 열렸다. 또 경기 시간마저 달랐다. 8강 전에 앞서 양동근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없다"고 걱정을 했다. 김동광 감독은 "중군전 때까지 팀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았다. 잘 돌아갔다"며 "그러나 이후부터 선수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란전에 앞서서는 훈련 시간을 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선수들은 미안함을 드러내며 서로 힘을 불어넣어줬지만 한계가 있었다.

애초 한국은 중동 국가의 높이를 의식해 경험 많은 빅맨들을 최종 엔트리에 넣고자 했다. 하지만 하승진 오세근 등이 빠졌고, 급히 대학생들을 투입했지만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다. 진천 선수촌에서 5대5 플레이조차 제대로 못했다고 하니, 말 다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김동광 감독은 허재 감독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았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정보, (대표 팀에 대한 물질적) 지원, (농구를 할) 자원의 부족 속에 리우 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무작정 3대 악재를 이겨내고 이란을 꺾어달라고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가혹한 주문이다.


이란 선수들이 한국을 꺾고 4강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F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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