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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이상민 감독의 고민, 현재진행형 라틀리프 활용법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9-14 05:59


삼성 라틀리프의 골밑 슛 장면. 사진제공=KBL

삼성을 올 시즌 가장 복잡한 시선을 받는 팀 중 하나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력 보강이 많이 됐다. 모비스 3연패의 핵심이었던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로 데려왔다. FA로 풀린 문태영마저 삼성의 품에 안겼다. 지난 시즌 괴물 신인 모드를 보여줬던 김준일과 결합하면서 골밑은 확실히 업그레이드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쓸만한 포워드와 가드가 부족하다. SK에서 데려온 베테랑 가드 주희정이 숨통을 틔여주고 있다. 여기에 이시준과 박재현 이호현 등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인 비교에서 가드진은 약세다.

토종 포워드진 역시 임동섭과 김명훈 장민국 정도만이 코트에 나설 수 있다. 전체적인 조합 면에서 그리 좋지 않다. 특히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외곽 수비의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라틀리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1대1 수비가 강하지 않다. 게다가 큰 폭의 변동으로 조직력을 다질 시간도 많지 않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문태영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문태영이 돌아온다고 해도 손발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태영은 공격에서는 엄청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1대1 수비능력과 수비폭에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시즌 모비스에서 그런 모습들이 많았다.

때문에 삼성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해 '선수만 보면 4강 가능하다'고 말하는 낙관론과 '실속이 없기 때문에 6강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엇갈린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삼성 선수들이 몫이자, 이상민 감독의 몫이다.

여기에 대해 이 감독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세부적인 약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전력을 끌어올리는 게 내 임무다. 옷 벗을 각오를 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삼성의 약한 조직력과 수비력을 커버할 수 있는 요소를 극대화시키느냐다. 삼성은 강점이 있다. 라틀리프와 김준일 문태영이 버티고 있는 골밑이다. 라틀리프의 골밑 장악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고, 문태영 역시 리바운드 측면에서는 강점이 있다. 김준일은 포스트 업 뿐만 아니라 미드 레인지 점프슛도 정확하다.

이 중 핵심은 라틀리프의 활용법이다. 그는 뛰어난 파워와 정확한 중거리포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40분 내내 빠르게 코트를 왕복하는 트랜지션 능력은 정말 특별하다.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활동력을 지니고 있는 외국인 센터다. 하지만 공격에서 세부적인 약점이 있다. 13일 KT전을 승리로 이끈 주희정은 "피딩 능력에는 약점이 있다. 때문에 좋은 패스가 들어가야 라틀리프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상민 감독도 비 시즌 내내, 그리고 현 시점에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삼성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전력 강화의 길이기 때문이다.

비 시즌 동안 이 감독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달리는 라틀리프에 대한 가드진의 찔러주는 패스가 첫번째. 하지만 모비스에서도 라틀리프에게 적재적소에 찔러주는 패스를 넣어주는 상황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당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패스를 제대로 넣지 못하면서 라틀리프가 의기소침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또 하나, 김준일과 라틀리프의 공존을 두고 많은 실험을 했다.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좋은 김준일을 하이 포스트(자유투 라인 부근)에 두고, 라틀리프를 골밑에 배치했다. 확실한 하이-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의 가장 강력한 득점루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준일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패싱 능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김준일은 13일 경기가 끝난 뒤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하이 포스트에서 라틀리프에 넣어주는 패스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노선을 변경했다. 이 감독은 "김준일은 장점이 많다. 때문에 패스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었다. 다른 식으로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고 했다. 라틀리프까지 이 감독을 찾아와 "나는 수비 리바운드에 집중할 수 있다. 김준일이나 가드진에게 패스에 대한 강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결국 노선을 변경했다. 라틀리프에게 집중마크가 생길 때 김준일의 공격력을 강화하는 것. 올 시즌 매 경기 20점 이상 넣는 원동력이다. 게다가 김준일은 "돌파를 해서 외국인 선수를 붙인 뒤 패스를 건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결국 KT전에서 김준일은 라틀리프에게 두 차례의 좋은 패스를 전달했다.

그리고 삼성 경기를 자세히 보면 베테랑 주희정은 일단 라틀리프에게 패스를 넣은 뒤 공격을 시작한다. 상대 더블팀이 몰리면서 외곽의 찬스를 얻을 수 있고, 라틀리프의 감각을 살리는 두 가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주희정은 "항상 감독님께서 달리는 상황에서 두려움없이 패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2대2 공격을 초점을 맞춰 라틀리프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전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확실히 삼성은 개막전인 LG전보다 KT전에서 좀 더 견실한 경기내용을 보였다. 라틀리프의 활용법에 대해 불만족스럽지만, 단초를 찾아가고 있다. 삼성 농구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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