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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제자 함지훈 사이에 있었던 테이프 논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단 프로선수를, 그리고 30세가 넘은 다 큰 성인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며 '말도 하지 말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준 자체는 분명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유 감독도 이 부분은 인정한다. 유 감독은 "팬들이 보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내 잘못이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격 모독' 논란이 일어날 만큼의 문제인지는 평소 모비스 팀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다. 당사자들이 "단순 해프닝"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중요한 건 이후 당사자들의 반응과 당시 벤치의 분위기다. 함지훈의 반응은 딱 하나다. "너무 부끄럽다"였다. 자신이 잘못해 질책을 받는 장면이 화제가 된 자체가 부끄럽다는 뜻이었다. 물론, 유 감독이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지시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당하다고 느끼지도 않았다.
중계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든, 아니든 할 말은 하고 해야하는 행동을 하는 유 감독이다. 그 순간 함지훈에게 어떻게라도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오히려 '잘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유 감독은 "함지훈과 함께 생활하며 내가 혼을 내든, 칭찬을 하든 어떤 말을 해도 내 앞에서 웃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원래 성격이 그렇게 조용하고 내성적"이라며 "그런데 함지훈이 나를 보고 처음으로 웃어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상을 보면 함지훈이 옅은 미소를 띄며 유 감독의 눈치를 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리고 작전 타임 종료 후 곧바로 테이프를 뗀 후 동료들에게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또 하나는 동료들의 반응이다. 테이프 논란이 일어나는 순간,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은 웃음을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만약, 이 장면이 정말 심각하게 선수를 질책하는 장면이었다면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도 웃는 반응을 보일 수 없다. 호랑이 유 감독 앞에서 말이다. 그런데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게 이 상황을 지켜본 것은 유 감독이 평소 함지훈을 어떻게 생각하고, 왜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구단 관계자도 "평소 팀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연출될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오해를 살 수도 있었던 것 같다"며 난처한 입장을 드러냈다.
유 감독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문제가 되는 장면이라면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