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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SK 나이츠 포워드 이현준(33)은 주장이다. 2001년 신세기 빅스를 통해 프로에 첫발을 디뎠다. 벌써 10년 이상 농구밥을 먹었다. 지금의 SK 유니폼을 입은 건 지난해 6월. 이번 2012~13시즌이 SK에서 두번째 시즌이다.
이현준은 이번 시즌 1경기, 그것도 7초를 뛴게 전부다.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모두 전무하다. 그렇다고 놀지 않는다. 그의 역할은 경기가 벌어지는 코트가 아닌 곳에서 훨씬 많다.
문 감독은 주장에게 생각 보다 많은 책임과 권한을 주었다. 이현준에게 경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선수들끼리 별도의 훈련을 할 수 있게 시간을 할애해 주기도 한다. 이현준의 건의 사항을 거의 다 수용한다. 지난 4일 KGC전 승리 후에는 주장이 선수들에게 외박을 주자고 말하자 이현준의 책임하에 외박을 주기도 했다.
그런 SK가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변하기 시작한 건 실전 코트 안이 아닌 밖이었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선수들끼리 대화가 많아졌다. 그 중심에 이현준이 있다. 그는 선후배들을 한 자리에 자주 모았다. 경기 끝나고 합숙소로 돌아가면 각자 방에 들어가 쉬기 바쁘다. 경기에서 진 후에는 서로 말하기 싫다. 하지만 주장은 선수들을 한데 모아 속내를 털어내도록 만들었다. 지난 13일 서울 라이벌 삼성에 어이없는 졸전으로 첫 2연패를 한 후에도 SK 선수 전원(외국인 선수 포함)이 모였다. 그래야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현준의 애칭이 '우회(又會) 이현준 선생'이 됐다. 선수들에게 집합 통보를 할 때마다 후배들이 웃으면서 "또 모여"라고 말한 게 '우회'로 발전했다.
이현준은 "내가 농구를 잘 못하지만 10년 이상 이런 저런 수많은 선수들과 팀을 봐왔다. 위기 때 우왕좌왕하는 선수들을 잡아주고 선수들이 얘기하기 어려운 걸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에 말해주는게 내 역할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제일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을텐데 남편은 거의 벤치를 지킨다. 그렇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이현준은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다. 특히 이렇게 팀이 잘 나갈 때는 더욱 그렇다"면서 "하지만 나 말고도 못 뛰는 선수들이 많다. 나까지 불만을 얘기하면 팀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