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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내일이 없는 가을야구는 마운드 정석 운영이 없다.
지금까지 결과가 좋더라도 공이 달라졌다고 판단하면 바로 내린다. 투수교체는 늦는 것 보다는 빠른 편이 낫다. 많은 승부가 불펜에서 갈린다.
그만큼 평소보다 더 강한, 더 많은 불펜진이 필요하다. 선발 투수를 당겨쓰는 이유다.
에르난데스 불펜 카드가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고 150㎞를 넘는 강력한 구위 덕분이다.
5위 결정전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치르고 올라오느라 조금씩 지쳐 가던 KT 타자들을 누를 수 있는 건 강한 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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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이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최지광은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 외였다. 설상가상 불펜 활약이 기대되던 백정현 마저 청백전 중 타구 사고로 미세골절 이탈했다.
박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불펜 고민이 많았는데 백정현까지 부상을 당해 고민이 많아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태훈-이상민-임창민-김재윤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베테랑 필승조는 150㎞가 넘는 광속구로 승부하는 투수들은 아니다. 기본 구위에 제구력과 변화구로 타이밍과 수싸움에 능한 유형의 투수들.
상대 타선을 윽박지르는 투수 하나가 아쉽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3차전 선발까지 대기한다"며 1차전 올인을 선언한 이유.
기대를 품고 긁어볼 만한 불펜 카드가 있다. 우완 파이어볼러 김윤수다.
김윤수는 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 백팀 5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을 12개의 공 만에 퍼펙투로 삭제했다. 탈삼진 2개 포함, 중심타자 3명을 상대로 깔끔한 삼자범퇴.
단 6구만에 두 타자를 빠르게 처리한 김윤수는 이재현에게 이날 가장 빠른 공인 156㎞를 전광판에 찍으며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기에 응원 리허설 빼고는 조용했던 야구장에 쩌렁쩌렁한 미트 소리가 울려퍼졌다. 거침 없는 광속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꽃아 넣는 모습은 상무 시절 좋았던 모습을 회복한 모양새.
삼성 불펜에는 현재 타자를 윽박지르는 빠른 공 투수가 드물다. 중요한 순간, 타자의 배트스피드를 압도할 수 있는 건 구속과 볼끝이다. 제구만 된다면 김윤수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벤치의 신뢰를 이끌어낸다면 가장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구위의 소유자. 삼성판 에르난데스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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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김윤수의 가치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 빛났다.
디아즈의 실책과 신민재의 적시타로 3점을 추격 당해 4-7이던 7회초. 2사 1,2루 위기가 이어졌다. 타석에는 한방이 있는 오스틴.
펜스가 짧은 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 한방이면 단숨에 7-7 동점이 되는 상황. 김태훈이냐 임창민이냐를 궁금해 하고 있던 차, 불펜 문이 빼꼼 열리면서 젊은 투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이어볼러 김윤수였다. 올시즌 상무 전역 후 큰 기대를 모았지만 제구 불안으로 실망스러운 시즌을 마감했던 유망주. 이 시점에 투입할거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
김윤수 조차 '나 맞아요?' 하는 확인 제스처 후 마운드로 달려나왔다.
초구 150㎞ 강속구에 헛스윙, 2구째 높은 코스 125㎞ 커브가 또 한번 스트라이크.
유인구는 없었다. 3구째 강력한 바깥쪽 하이패스트볼에 오스틴의 방망이가 따라가지 못했다. 3구 삼진. 오스틴이 헬멧을 던지며 분함을 표하는 순간. 라이온즈파크에는 앞선 세차례의 홈런보다 더 큰 함성이 터졌다.
벤치의 승부수 김윤수 카드가 멋지게 통하는 순간이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김윤수의 투입은 게임 들어가기 전에 의논했던 부분이다. 불펜진 중 김윤수 구위가 가장 좋았다. 단 하나 걱정은 볼넷이었는데 이를 염두에 두면서 위기 때 삼진을 잡는 원포인트로 쓰자고 구상했던 모습 그대로 보여주면서 좋은 활약을 해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시즌 중 'Win or Wow' 대신 'Now or Never'를 포스트시즌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3년 만에 맞이한 삼성의 가을야구. 지금 이 순간, 아니면 내일은 없다는 비장함 속 김윤수가 사자군단 마운드의 영웅으로 포효할 채비를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