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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연장 10회 무사만루 대위기 탈출! 교토국제고, 혈투 끝 2대1 극적인 창단 첫 고시엔 우승 [SC이슈]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4-08-23 12:37 | 최종수정 2024-08-23 13:01


환호하는 교토국제고 선수들. 연합뉴스교도통신

환호하는 교토국제고 선수들. 연합뉴스교도통신

환호하는 교토국제고 선수들. 연합뉴스교도통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우리말 교가로 유명한 교토국제고의 돌풍이 기어코 1999년 창단 이래 첫 고시엔 우승을 거머쥐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고교야구선수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교에 연장 10회 혈투 끝에 2대1로 승리, 고시엔 우승을 거머쥐었다.

기어코 일본야구의 성지, 고시엔 결승전 무대에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졌다.

교토국제고의 1999년 야구부 창단 이래 25년만의 첫 우승이다. 교토 지역으로선 1956년 류코쿠대학 부속 헤이안고교 이후 68년만의 여름 고시엔 우승이다.

고시엔 결승전다운 혈투였다. 교토국제고는 선발 나카자키 루이가 9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지만, 타선도 몇 차례 찬스에서 점수를 내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특히 6회초 1사 2,3루, 9회 2사 3루 등의 찬스에서 한방이 아쉬웠다.

9회말에는 오히려 몸에맞는볼과 고의4구, 유격수 실책이 겹치며 2사 만루의 끝내기 위기까지 놓였다. 하지만 마지막 타자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교토국제고 선발투수 나카사키 루이. 9이닝 무실점 역투. 연합뉴스교도통신

교토국제고-간토다이이치고교의 고시엔 결승전. 연합뉴스교도통신
길었던 0의 행진은 10회초 기어코 끝이 났다. 교토국제고는 무사 1,2루 상태에서 시작된 승부치기에서 대타 니시무라 카즈키의 좌전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고, 가네모토 류우키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마침내 선취점을 따냈다. 이어 미타니 세야의 희생플라이로 2-0으로 벌렸다.

이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추가 득점 없이 10회말로 돌입했다.


10회말 교토국제고는 니시무라 이키가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무사 1,2루로 시작된 승부치기에서 상대의 희생번트 때 실책을 범하며 무사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유격수 땅볼로 1-2 추격을 당했고, 이어진 볼넷으로 다시 만루.

하지만 또한번의 끝내기 위기를 이겨냈다. 1루 땅볼로 3루주자를 잡아냈고, 마지막 타자마저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기어코 우승을 차지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만든 이른바 '민족학교'로 시작했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으로 개교했다. 2003년 일본 정부의 공식 인가를 받으며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변경했고, 일반 학생들도 입학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본 학생이 대부분이다. 특히 남학생의 대부분은 야구부원으로 스카웃된 일본 학생들이다.

하지만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는 그대로다.

2021년 봄 고시엔에서 처음 전국무대에 올랐고, 이해 여름에는 4강까지 진출했다. 올해는 기어코 우승까지 품에 안았다.

고시엔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우렁차게 교가를 합창하고, 패자는 반대편에 도열한채 이를 듣는 문화가 있다. 덕분에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 진출하면 유서깊은 고시엔 무대에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환호하는 교토국제고 선수들. 연합뉴스교도통신


이 모습이 고시엔 결승전에서도 연출됐다. 패배한 간토다이이치 고교 학생들은 도열한채 분루를 삼키며 목청껏 부르는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들어야했다. 이윽고 제창이 끝나자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기뻐했다.

교토국제고는 올해초 심재학 KIA 단장으로부터 훈련구 1000개를 선물받는 도움도 받았다. 일본 고치현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방문했던 심재학 단장은 '낡은공에 비닐테이프를 감아 재활용한다'는 교토국제고 야구부의 어려운 사정을 접하고 연습구 1000개를 기증한 것. 박경수 교장 명의로 "귀중한 기부 감사드린다. 고시엔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달라"며 감사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SNS를 통해 "'꿈의 무대'로 불리는 고시엔에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유니폼이 성하지 않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뛴 선수 여러분의 투지와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고 격려한 바 있다.

그 약속은 올 여름에 지켜졌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21일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여름 고시엔) 준결승에서 아오모리야마다 고등학교, 그리고 이날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교를 잇따라 꺾고 고시엔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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